매일신문, 기자 모르게 '기사 삭제' 한두 번 아니다

박지은 기자 2024. 1. 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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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실린 기사도 삭제, 12분 만에 내리기도… 사전 통보도 없어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 비판 성명
지난 3일 매일신문 사옥에 게시된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와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 지회 공동성명

매일신문이 홍준표 대구시장 관련 보도 등을 기자와 데스크에게 사전 설명도 없이 잇달아 삭제해 내부 비판이 나왔다. 지난 3일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와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는 공동 성명을 내어 기사 삭제 사례를 열거하고, 발행인과 편집인에게 재발방지책과 구성원 앞 확약을 요구했다.

매일신문지회와 매일신문지부가 확인한 기사 삭제 사례는 지난 2022년부터 총 5건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일, 매일신문은 19면 톱에 실은 <‘홍준표 초상화’ 고교 동창 대구미술관장 선임 논란> 기사를 당일 오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성명에 따르면 담당 기자도 모르게 일어난 일로, 왜 삭제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지난 2022년 5월31일 온라인에 올라간 <이인선, ‘2전 3기’ 성공신화?...선거 후 더 골치> 기사는 출고된 지 2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또 지난해 5월1일 자 9면에 게재한 <경찰, ‘영주 아파트 토석 무단반출 및 채취량 축소 의혹’ 관계자 입건> 기사는 이튿날 오후 온라인상에서 삭제됐고, 그해 11월8일 <혈세 들여 연수 갔다가 대통령 보러 돌아온 대구 북구 의원들> 온라인 기사는 2시간여 뒤에 삭제됐다. 심지어 지난해 12월3일 <대구은행 캄보디아 로비 자금...검찰, 김태오 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82억원 구형> 온라인 기사는 출고된 지 12분 만에 삭제되기도 했다.

매일신문지회와 매일신문지부는 성명에서 “현장에선 ‘기사 쓰고도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취재하고 기사 쓰기 힘 빠진다’는 목소리가 늘어난다”며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지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기사 삭제에 대한 매일신문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매달 노조위원장, 지회장, 차장급 이하 기자들이 참여하는 자유언론실천위원회와 편집제작평의회에선 지속적으로 기사 삭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지난해 5월1일자 9면에 실렸던 기사 삭제 관련해 편집제작평의회는 “기사 삭제 문제는 언론사의 자존심 문제가 걸려 있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기사 삭제에 대한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당시엔 <혈세 들여 연수 갔다가 대통령 보러 돌아온 대구 북구의원들> 온라인 기사 삭제 건에 대해 이춘수 매일신문 편집국장은 “이번만 양해해달라. 앞으로는 사정을 떠나서 주변 압력과 항의에 대해 내가 책임지겠다. 혹시나 불가피하게 기사를 내리면 담당 기자에게 꼭 연락하겠다”고 발언했다. 매일신문지부와 매일신문 지회는 이번 성명에서 “지난 시간 말로는 꾸준히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뿐이었다”며 “‘재발 방지’를 확언했지만 부도난 어음처럼 또다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와 노조 성명에 대해 이춘수 편집국장은 4일 오전 사내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기사 삭제 시 창구를 편집국장으로 일원화하고 앞으로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반드시 설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춘수 편집국장은 이날 오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사의 최종 생성 선택권은 발행인과 편집인에게 있다”며 “특정인의 사익, 이해관계에 따라서 삭제한 건 전혀 아니다. 기자들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지부와 매일신문지회는 편집국장 입장문에 담긴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사내에 게시한 대자보도 당분간 계속 부착한다는 계획이다.

매일신문 발행인·편집인인 정창룡 사장은 통화에서 “제가 알고 있는 사안도 있는데, 모르는 사안이 더 많아서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며 “예를 들면 기사가 나간 이후 송사가 예상된다는 등 여러 가지 일로 기사를 내리는 경향이 있을 텐데,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과정에서 발행인도 모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발행인·편집인에게 재발방지책 요구한 데 대한 입장을 낼 건지’ 묻는 질문엔 “저희들로서 크게 입장까지 낼 것까지 있겠나 싶다”면서 “발행인으로서 일일이 간섭하는 게 옳은 일은 아니라서 편집국장과 논의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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