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쪽 변명문 제출' 이재명 습격범, 유치장서 '삼국지' 읽으며 태연

李 살해 시도 혐의 구속영장 발부
경찰, 프로파일러 추가 조사 방침

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김모(6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산지법 성기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후 2시부터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오후 4시30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모씨(가운데)가 4일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성 부장판사는 “범행 내용과 범행의 위험성 및 중요성, 도망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호송차를 타고 부산지법으로 출발했다. 그는 진한 남색 코트 차림에 손목은 포승줄로 묶인 채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호송차에 올랐다.

그동안 취재진의 질문공세에도 경찰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자 이날 김씨의 법원 출석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부산지검 호송출장소 앞에 도착한 김씨는 “왜 이 대표를 공격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해 주시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통상 피의자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과는 달리 그는 정면을 응시하는 등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유치장에서도 식사를 제때 꼬박꼬박 챙기고, 책을 읽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을 읽고 싶다는 김씨의 요구에 경찰이 책 대여목록을 제공하자 ‘삼국지’ 2권을 골랐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29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을 찌른 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받았다.

김씨는 범행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경찰청은 전날 오후 7시35분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3시간 30분 뒤인 오후 11시5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에 앞서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충남 아산에 있는 김씨의 자택과 김씨가 운영하던 부동산중개사무실,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과도와 칼갈이, 컴퓨터와 노트북, 플래카드(현수막) 등 총 14점을 확보했다. 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고, 당원명부를 건네받아 과거와 현재 김씨의 당적까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