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샛별 여장군’ 김주애

안홍욱 기자 2024. 1. 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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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은 천체다. 새벽과 초저녁에만 관측된다. 해질녘 서쪽 하늘에서 보이면 개밥바라기(태백성)로, 새벽녘 동쪽 하늘에서 보일 때는 샛별(계명성)로 불린다. 북한은 ‘백두혈통’에만 별과 행성을 붙이는데, 그중 ‘샛별’은 권력 후계자를 의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샛별’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09년 1월 후계자로 공식화돼 ‘김대장’으로 불리기 전엔 ‘샛별 장군’으로 지칭됐다고 한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2022년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처음으로 얼굴이 공개됐다.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시작된 수식어는 ‘존귀하신’ ‘존경하는’으로 격상됐다. 지난해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김정은과 나란히 섰고, 9·9절(정권수립일) 열병식에선 인민군 원수인 박정천이 무릎을 꿇고 김주애에게 귀엣말을 했다. 권력 서열 2위에 준하는 의전이었다. 김주애가 4대 세습 후계자로 내정된 게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다.

국가정보원이 4일 국회에 보낸 답변에서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젊은 나이(40)와 양호한 건강 상태, 다른 자녀의 존재 등을 변수로 봤다. 김정은은 슬하에 2010년생 첫째(아들), 2013년생 둘째(김주애), 2017년생 셋째(성별 미상) 등 셋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넉 달 전에는 “북한은 남성 위주 사회”라며 김주애 후계자설을 성급한 판단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입장 변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샛별 여장군’의 등장과 연관짓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에서 김주애를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칭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후계자인 ‘샛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게만 붙는 ‘장군’을 동시에 썼으니 김주애 후계자설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다만 북한 매체에선 지금껏 ‘샛별 여장군’이나 김주애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김주애가 차기 권력이 될지는 봐야겠지만 아직은 나중의 얘기다. 당장은 한반도가 핵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게 시급하다. 그것이 남북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딸 김주애와 함께 2024년 신년경축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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