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 난동’ 최원종, 정신감정 결과 “당시 심신미약 상태 추정”

지난해 8월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피고인 최원종에 대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정신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부장판사 강현구)는 오늘(4일) 이 사건 공판에서 국립법무병원이 작성한 최원종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통보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정신감정 보고서에서는 "범행 당시 피고인은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였다.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망상을 일으키는 조현병이 지속 될 수 있으므로 재범 위험성이 커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다만, "반사회적 성격장애 요건은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소견도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2차 공판에서 최원종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범행 당시 조현병이 의심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정신감정을 신청했습니다.

검찰은 정신감정 결과에 대해 기존 주장대로 "범행 당시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며, "감정 결과는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오늘 공판에는 피해자 측 3명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최원종이 휘두른 흉기에 왼쪽 팔을 다친 백화점 보안요원은 "당시 최원종의 눈은 두려워하길 바라는 눈빛 같았고, 남의 고통을 즐기는 상태처럼 느껴져서 일부러 무섭고 아파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현장에 다시 못 갈 것 같은 공포심에 직장을 그만뒀다"면서, "항상 사람들이 손에 뭘 들고 다니는지 확인하게 됐고, 작은 소음에도 놀라고 있다"며 사고 이후 겪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말했습니다.

최원종이 몰던 차에 치여 숨진 60대 여성 고 이희남 씨의 남편도 증언에 나섰습니다.

이 씨의 남편은 "어제가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참담하다"며, "매일 걸어 다니는 동네 길에서 아내와 손잡고 이야기하며 걷던 중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은 언제든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병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이 약해진다면 이런 사건은 계속 반복되고 사회가 불안해질 것"이라며 최원종의 엄벌을 탄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원종의 차에 치여 숨진 20대 여성 고 김혜빈 씨의 아버지는 김혜빈 씨가 생전 좋아했던 옷인 대학교 과 잠바를 입고 나와 "책임감이 강하고 그림을 잘 그려 재수까지 해 원하는 대학 영상영화과에 입학한 외동딸이었다"고 말하며 흐느꼈습니다.

또 "최원종은 망상에 의한 범죄꾼이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반사회인 일뿐"이라며,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들어온 최원종은 재판 내내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오늘 공판에서 "범행 경위와 위험성, 피해 정도, 범행 이후에도 피고인이 망상 증상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해 재범의 위험이 크다"며, 최원종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18일에 피고인 신문을 하고 변론을 마칠 예정입니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백화점 부근에서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습니다.

이 사고로 이희남 씨와 김혜빈 씨가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지는 등 모두 14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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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