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예산은 삭감돼도 걱정은 삭감되지 않는다
2024년엔 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정부가 긴축 재정을 하다 보니 예술계는 20~40% 예산 삭감을 이미 통보받아 관련 단체들 고민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부문에서 유동성을 풀었던 지난 정부는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는 예술계만 예산을 줄였었는데, 이번 정부는 그 풀린 유동성 때문에 긴축을 한다는 명분으로 최근 몇 년간 늘어본 적도 없는 예술계의 예산을 더 줄입니다. 예술도 '정신 복지'란 생각을 가진 위정자는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국공립 단체 소속 예술기관과 그에 속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예산 지출 중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경비가 60~70%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30~40%로 공연을 진행하는데, 20% 이상 예산을 삭감당하면 감원 등 고정비를 줄이는 방법이 없어 결국 공연과 행사만 반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결국 예술가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줄어들게 만들어 그들의 생계 유지에도 큰 타격을 주게 마련이지요. 그러니 이런 시기일수록 예술가와 예술을 이해하고 후원하는 분들이 서로 도와가며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외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세계 대중음악계를 휩쓰는 BTS가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후원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 것처럼 음악가들도 자구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늘어난 클래식 음악 인구라고는 조성진과 임윤찬 팬 외에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전국에는 하우스 콘서트나 살롱 음악회를 할 수 있는 100석 미만의 작은 홀이 수백개가 넘습니다. 독주회나 앙상블 발표회를 할 수 있는 200~300석 규모의 실내악 공연장과 1000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 또한 산재되어 있지요. 이중 100석 규모의 민간 공연장들은 지금 설립 취지를 벗어나 휴면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운영을 활발하게 해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루는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 작업에 소규모 공연장이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연장들에서 오랜 역사를 타고 전해내려 온 작품들 중 듣기 좋은 곡을 '선정'해 이를 잘 '표현'하는 연주자와, 기본 음악지식을 쉽게 '설명'하며 연주자와 청중의 교감을 연결해주는 해설가의 삼박자가 잘 어울리는 음악회가 자주 열렸으면 합니다. 그렇게 접근이 쉬운 상태여야만 저변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 숫자가 늘어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매년 국내 유수 음악대학교를 졸업하거나, 해외 명문으로 유학을 다녀온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전국에 차고 넘쳐납니다. 시립교향악단이나 국·공립 운영의 악단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단원 종신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젊은 이들이 취업할 기회는 매우 드문 실정입니다. 결국 젊은 음악가들은 솔리스트로 활동하거나 아니면 삼삼오오 모여 앙상블을 만들어 기약 없는 활동들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새 교향악단을 창단하는 것이야말로 재정상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어느 민간 교향악단의 경우, 재정 문제 때문에 정규 단원은 실제 공연에 필요한 절반 정도의 인원 뿐이고, 나머지는 객원 단원으로 매 공연마다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명단 리스트에 무려 1000여 명이나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 민간악단의 기막힌 현실입니다.
따라서 아직 여력이 있는 소규모 공연장들은 이들을 잘 활용해서, 기본적으로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부터 청중에게 가르쳐주면서 동호인 확보와 개발에 남다른 열정을 기울이지 않으면, 공연장과 음악가 모두에게 힘든 세월의 연속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p.s. 이제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1984년 세상에 나온 '객석'이 창간 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고, 음악과 예술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제가 최원영, 윤석화 발행인의 뒤를 이어 '객석'을 맡게 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저는 책의 앞쪽에서 이 글을 통해 매번 국내 예술계와 음악계를 비판하는 어조의 글을 많이 써왔는데, 올해는 특정 음악가의 경사보다 '모두'가 잘 되어 기쁜 일을 담는 순간이 많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독자 여러분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란 덕담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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