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연주자들과 무대 서는 오은영 박사…"극복 아닌 동행"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나의 자녀, 내 가족은 아니더라도 같이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오해와 편견을 내려놓는 과정이 중요해요."
다음 달 장애가 있는 연주자들과 토크콘서트를 여는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는 4일 서울 서초구 효성반포빌딩에서 열린 오픈리허설에서 공연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오 박사는 장애·비장애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악 단체 가온솔로이스츠와 다음 달 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토크 콘서트 '동행'을 연다. 효성그룹의 문화예술 후원 프로그램인 효성컬처시리즈의 여덟번 째 시리즈다.
오 박사는 "제가 젊은 의사이던 초창기에는 부모에게 발달장애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지만, 요즘 부모들은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도 높고 아이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키우려고 애를 많이 쓴다"며 "이런 노력을 어떻게 하면 같이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공연 기획 배경을 밝혔다.
오 박사는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조화'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음악은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고 맞춰나가는 조화가 중요하지만, 발달장애는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따라 이런 부분이 난공불락"이라며 "이들이 화음을 맞춰나간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과 여, 세대와 세대가 조화를 이뤄야 갈등을 줄여나가듯 우리 삶에도 조화가 필요하다"며 "어쩌면 이 음악회가 발달장애 아이와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시각장애인 최초로 미국 맨해튼 음대 석사 과정을 마친 첼리스트 김지선을 비롯해 발달장애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장윤권, 비올리스트 백승희, 클라리넷 연주자 곽도형 등 가온솔로이스츠 단원들이 참여한다.
2021년에 창단한 가온솔로이스츠는 수원의 한 장애 교육 학교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신입 단원은 오디션이 아니라 함께 연주하면서 영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장애 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실력뿐 아니라 마음이 맞는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강자연 가온솔로이스츠 대표는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이 연주가 끝나고 나면 '어느 분이 장애가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이 질문 자체가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 안에서는 장애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하나가 되는 걸 경험한다"며 "관객들도 여기에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오픈리허설 때 장윤권과 백승희가 들려준 이흥렬의 '섬집아기'나 곽도형이 클라리넷 주제 음으로 다른 연주자들을 이끌고 간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파라디소' 연주에서도 이들이 가진 장애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연주를 함께한 가온솔로이스츠의 단원 김아영(첼로)은 "일반 프로 앙상블이 최상의 연주 결과물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포커스 맞춘다면 우리는 함께 해나가는 과정에 조금 더 의미가 있다"며 "한해 한해 거듭할수록 더 좋은 하모니를 내는 걸 보면서 우리도 프로 연주자들처럼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큰 목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장애 연주자들의 공연을 '극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장애가 있으니 연주에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저희는 정말 즐겁게 연주한다"며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기보다는 각 연주자 레벨에 맞게 곡을 편곡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은 장애 극복 스토리를 들으면 감동하곤 한다"며 "하지만 장애를 극복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동반자로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윤권이 어머님께서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 사회가 성숙해져서 이런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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