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어패류 집단폐사, 오염물 배출 통제돼야
지난 12월 초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 해변에 1000톤이 넘는 정어리·고등어 사체가 밀려왔다. 지진과 같은 대재앙의 전조라는 소문도 있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일 수 있다는 중국·영국 언론의 의혹 제기도 있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소문과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오염수의 방류 이후 해수와 해양 생태계에서 정어리 떼죽음을 걱정할 어떤 변화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집단 폐사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물고기 떼죽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규슈 지방의 구마모토현에서 10톤가량의 정어리가 폐사했고, 12월 말에는 나고야 남쪽의 미에현에서도 149톤의 갈치 사체가 발견됐다. 오염수 방류 이전인 지난해 2월에도 니가타·토야마·기타미에서 정어리 폐사가 발생했다. 몸집이 작은 정어리·고등어만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4월에는 지바현에서 거대한 돌고래 14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일부에서 폐렴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본 해안에서의 물고기 집단 폐사는 어제오늘 시작된 일도 아니다.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여름에는 마산·진해에서 많은 양의 정어리가 폐사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수백만 마리의 우럭과 전복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일도 있었다. 모두 해수의 이상 고온으로 발생한 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과 호수에서의 집단 폐사는 더 흔하다. 대부분 공장 폐수 등에 의한 수질 오염에 의한 참사였다.
사실 어패류의 떼죽음은 다른 나라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퀸타나 해변에서 엄청난 양의 청어가 집단 폐사했고, 2021년에는 칠레 해안에서 정어리·멸치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동아시아는 물론 호주·멕시코·코스타리카에서도 물고기의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물고기의 떼죽음을 'fish kill'이라고 한다. 'fish die-off'라는 말도 있다. 사전에 그런 영어 단어가 등재되어 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물고기의 집단 폐사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물고기가 사는 수중 생태계도 육상 생태계만큼 거칠고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패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박테리아(세균)·바이러스·기생충도 적지 않다. 수중 생태계에도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폭염·한파와 같은 극한 기상 현상에 버금가는 일이 해저 환경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열용량이 큰 바닷물의 수온과 염도가 균일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일이다. 실제로 수온·염도가 크게 다른 수괴(水塊)가 6대양을 휘젓고 다닌다. 지난 연말의 기록적인 북극 한파를 발생시킨 차가운 시베리아 기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어패류에 가장 심각한 위협 요인은 '산소 고갈'이다. 물에 녹아있는 '용존 산소'가 부족해지면 질식으로 어패류의 대량 폐사가 발생한다. 차가운 물에 사는 한대성 어류는 용존 산소가 8PPM 이하로 떨어지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온대성 어류도 5PPM 이상의 용존 산소가 필요하다. 녹조·적조는 물론 수중 유기물의 부패도 수중 용존 산소를 고갈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수중 생태계도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생존 법칙이 지배한다. 고래·상어·참치와 같은 대형 포식자 때문에 정어리·멸치·고등어·청어의 집단 폐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도를 넘어선 과밀(過密)이 집단 폐사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면 용존 산소도 쉽게 고갈되고, 지나친 먹이 경쟁 등으로 스트레스 지수도 올라가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개체를 키우는 양식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인간에 의한 수질 오염도 수중 생태계를 위협한다. 특히 인구 밀집 지역이나 산업단지에 인접한 강·호수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독성이 강한 오·폐수 때문이다. 댐·저수지·보(潽)의 철저한 수질 관리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행히 바다에서는 오·폐수에 의한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수량(水量)이 충분히 많고, 해류에 의한 확산·희석 효과가 작용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반드시 배출 기준을 지켜야 하고, 배출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육지에서 버린 독성 물질은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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