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각장애인 230만명…점자책은 도서관이 만든다
1월 4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점자의 날이다. 2019년부터 기념된 세계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과 부분 시력 장애인의 완전한 인권 실현을 위한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점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다.
점자는 6개의 점을 사용하여 각 문자와 숫자, 음악, 수학 및 과학 기호를 나타내는 알파벳과 숫자 기호를 촉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점자(19세기 프랑스의 파리맹학교 루이 브라유가 프랑스 장교 바르비에가 만들었던 12점짜리 야간문자를 6점으로 고쳐 만들었다. 루이 브라유의 이름을 따 명명)는 시각장애인 및 부분 시력 장애인이 시각 글꼴로 인쇄된 책과 정기 간행물을 읽을 때 사용한다. 점자는 장애인 권리 협약 제2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교육, 표현과 의견의 자유, 사회 통합의 맥락에서 필수적이다.
시력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빈곤과 불이익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시력 상실은 평생 불평등, 건강 악화, 교육과 고용의 장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06년에 채택된 장애인 권리 협약은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를 향상시켰다. 이 협약은 교육, 표현과 의견의 자유, 정보에 대한 접근, 사회 통합을 위해 점자가 필수적이라고 간주했다. 2018년 11월, 유엔총회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완전한 실현은 포괄적인 문맹 퇴치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브라유의 생일인 1월 4일을 세계 점자의 날로 선포하기로 결정했다(결의안 A/RES/73/161).
한국의 경우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과 제자들이 한글 점자의 원형이 되는 훈맹정음을 만들어 반포했고 독자적으로 한글 점자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세계 점자의 날을 맞아 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나루로에 있는 송암점자도서관(송암박두성기념관)을 찾았다. 시각장애인 숫자가 230만명으로 추정되는 (2019년 12월 등록된 시각장애인 기준) 한국에는 점자도서관과 시각장애인복지관을 합해 도서관 기능을 하는 곳이 50여곳 있다. 송암점자도서관은 인천에 하나밖에 없는 점자도서관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점역교정사 윤정식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점역교정사는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하여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묵자)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일을 한다. 점역교정사는 각 과목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점자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할까? 윤씨는 “시각장애인들은 일반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이 없다. (점자로) 가공된 것이 필요하다. 주로 책인데 그 외 촉각 지도, 낱말카드 등의 자료도 있다. 음성도서 등도 비치되어 있다. 도서관은 책을 열람하는 기능만 하는 곳은 아니라서 인문학 강연과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함께 나들이도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기존 도서관 회원과 신규회원이 함께 밴드 공연을 즐겼다.”
윤정식 씨와 도서관 담당자 쪽에 따르면 도서관 이용자는 시각장애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장애인인식개선의 목적이 크다. 박두성기념관도 관람하고 점자체험도 할 수 있다. 비장애인들이 점자체험을 하면 점자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나흘 전인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가 운영해오던 서울점자도서관이 폐관했다. 온라인 콘텐츠가 늘어나 도서관 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과 지속적인 보조금 삭감이 도서관 폐관에 영향을 미쳤다. 민간기관인 서울점자도서관은 서울시와 노원구의 예산지원을 받아왔는데 2020년 7400만원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2023년엔 약 4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다는 윤정식 씨는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며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점자도서관 한 곳이 줄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점자도서관은 더 많아져야 한다. 최대한 가까운 곳에. 넓디넓은 인천만 해도 하나밖에 없다. 기존에 찾아가던 곳이 없어지면 익숙했던 동선이 아닌 새로운 새로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겐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도서관 쪽에 따르면 점자책을 만드는 출판사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점자도서관이다. 점역교정사가 필수적이고 전문장비도 필수적이다.
윤정식 교정사는 “점자로 제작되는 책의 내용을 교정본다. 다양한 분야가 있다. 문학이 좀 많은 편인데 사회과학, 역사, 종교… 가장 최근엔 ‘화려한 유괴’를 작업했는데 어떤 사람에겐 제목처럼 좀 무서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교정업무를 하면서 읽은 책은 사실 기억이 잘 안 나는 편이다. 일은 일이니까. 하하”라며 웃었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북한, 연평도·백령도 인근 바다에 해안포 200여발 사격
- 연평도 주민 대피령…군, 북한 도발에 해상타격 훈련
- 이재명 면회 최소화…문 전 대통령·한동훈 타진에 “아직 안정 필요”
- 윤 대통령 ‘김건희·대장동 특검법’ 거부권 행사
- 이재명 습격범 ‘남기는 말’엔 “지난 정부 때 경제 쑥대밭”
- TV조선, 이선균 유서 보도 ‘허위’ 논란 일자 삭제
- 민주당 “윤 ‘김건희 특검’ 거부, 국민과의 대결 선택한 것”
- 주말 아침 영하 8도까지 떨어진다…서울·경기·충청권엔 눈
- 원희룡이 팽개친 서울양평고속도로…수사도 사업도 ‘공회전’
- 좌파에 호남 출신이라서?…‘인간 박정훈’ 가짜뉴스로 공격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