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임성재 "우즈도 못해본 기록 세워…작년 성적은 90점"
PGA 챔피언십 5년 연속 출전
"꾸준하다는 평가가 가장 좋아"
올해 목표는 마스터스 우승과
파리올림픽 메달 확보 등 4개
"그린재킷은 꼭 입어보고 싶다"
프로골프 세계의 시선은 대회 우승자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대중은 우승컵을 누가 들어 올리는지에 관심을 둔다. 10명 가운데 1명꼴도 안 되는 우승 선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선수들의 관심은 우승 말고 다른 곳에도 미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은 챔피언십 출전권에 더 눈독을 들이기도 한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1·2차전을 거쳐 그해 최고의 성적을 낸 30명에게만 초청장이 간다. 출전만 해도 거액의 상금이 보장되고, 이듬해 메이저대회 등 주요 대회 출전권도 확보할 수 있어 ‘황금열쇠’로 불린다.
‘아이언맨’ 임성재(26)는 이런 챔피언십에 5년 연속 출전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도 못 해본 기록이다. 최다 연속 출전은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32)가 보유한 ‘9년’인데, 임성재는 이 기록을 깰 유력한 선수로 언급된다.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의 임성재를 최근 만났다. 그는 “지난해 우승은 못 했지만 꾸준함의 상징인 투어 챔피언십 출전에 성공하지 않았느냐”며 “스스로에게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올해는 투어 챔피언십 6년 연속 출전을 꼭 달성하겠다”고도 했다.
투어 챔피언십 연속 출전 기록이 말해주듯 임성재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지난 시즌 ‘톱10’에 9번 들었다.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작년까지 PGA투어 155개 대회에 뛰며 우승 2회, 준우승 5회, 톱10 37회를 달성했다. 이 기간 벌어들인 상금만 2361만3303달러(약 309억원)에 이른다. 투어 챔피언십 성적에 따라 주는 ‘보너스 상금’은 제외한 금액이다. 임성재는 “PGA투어에서도 ‘컨시스턴트’(일관되다)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가장 좋아하는 칭찬”이라며 웃었다.
임성재는 꾸준함의 원천이 절박함이라고 했다. PGA투어 도전을 위해 일본 투어 시드를 잃을 각오로 도전한 PGA 콘페리투어(2부)를 뛸 때도 그랬다. 임성재는 “저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로 갔는데, 당시 일본 시드도 확보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떨어지면 갈 데가 없는 신세였다”며 “다 버리고 극한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넣었는데, 그럴 때마다 잘 풀렸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PGA투어를 꿈꾸는 후배들도 ‘보험’을 들지 않고 ‘일단 부딪혀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임성재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따면서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워졌다. 자연스레 목표도 높아질 수밖에. 임성재는 ‘투어 챔피언십 6년 연속 진출’과 함께 네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커리어 통산 세 번째 우승, 두 번째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세 번째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임성재는 국가별로 세계랭킹 상위 2명에게 출전권을 주는 올림픽에 이변이 없는 한 출전이 유력하다.
임성재는 “메이저대회 중에선 그린재킷을 꼭 입어보고 싶다”며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이미 네 번을 쳐서 잘 아는데 (올해는)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대해선 “도쿄올림픽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번 파리 대회에선 꼭 나라를 대표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5일부터 나흘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열리는 PGA투어 2024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목표 달성을 향한 첫 발걸음을 뗀다. 이 대회는 컷이 없고 우승 상금이 360만달러(약 47억원)로 PGA투어 특급대회 8개 가운데 하나다. 임성재는 “한국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만큼 컨디션은 최상”이라며 “올해도 꾸준함을 앞세워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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