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범' 엡스타인 문건 공개… 클린턴·앤드루 왕자·트럼프 실명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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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구치소에서 숨진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화려한 인맥'이 그의 재판 관련 문건 공개로 입증됐다.
다만 외신들은 "엡스타인 문건 등장 인물이 그의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2년 9월 포르투갈의 한 공항에서 '엡스타인 성착취 사건' 피해 여성으로부터 안마를 받는 사진이 공개된 적도 있는데, 성범죄 등 불법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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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자택서 앤드루가 성추행" 증언 등
주범 사망에 공범만 복역 "의혹 여전히 많아"
외신 "엡스타인 성범죄 연루 뜻하진 않는다"
5년 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구치소에서 숨진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화려한 인맥'이 그의 재판 관련 문건 공개로 입증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 심지어 올해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등장했다. 이미 예전부터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알려진 인사들이긴 하지만, '실명 거론' 자체가 불명예인 데다 일부 인물의 부도덕한 행태도 기재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총 934쪽 공개... "죽음 후에도 단죄 계속" 공감대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과거 엡스타인 사건 기록과 재판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성착취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엡스타인의 범죄 행각을 도운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2015년 낸 명예훼손 소송 관련 자료다. 총 934쪽 분량으로, 피해자 녹취록과 이메일, 증언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뉴욕 연방법원은 지난해 말 이 문건에 익명 처리돼 있던 인물 150여 명의 실명을 밝히라고 명령했다. 부와 인맥 관리를 위해 미성년자를 포함, 수십 명의 여성을 '성노예'로 유린한 엡스타인의 추악한 범죄 실체를 끝까지 밝혀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법원이 수용한 결과다. 죽음 이후에도 그의 범행에 대한 단죄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외신들은 "엡스타인 문건 등장 인물이 그의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실명이 공개된 대다수는 일찌감치 엡스타인과의 교류가 드러나 홍역을 치른 인물들이다. 예컨대 한 문서에는 그가 '클린턴은 젊은 사람(여성)을 좋아한다'고 언급했다는 피해 여성 요안나 쇼베리의 증언이 담겼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2년 9월 포르투갈의 한 공항에서 '엡스타인 성착취 사건' 피해 여성으로부터 안마를 받는 사진이 공개된 적도 있는데, 성범죄 등 불법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엡스타인, '트럼프 카지노 가자'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언급도 있다. 엡스타인이 쇼베리에게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트럼프 카지노' 중 한 곳에 가자"고 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과시한 적이 있다.
앤드루 왕자 역시 빠지지 않았다. 쇼베리는 앤드루 왕자가 2001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자택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진술했다. 2022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막내아들인 그는 2001년 엡스타인 소개로 당시 17세였던 주프레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왕실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2001~2006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2008년 수사를 받았지만 연방검사와의 감형 거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본인이 2건의 성매매만 유죄를 인정, 징역 13개월형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이 때문에 '권력층과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고, 2019년 7월 또 다른 성착취 범죄(미성년 여성 20여 명 대상)가 드러나 체포됐으나 다음 달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옛 연인인 맥스웰은 2022년 6월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영국 가디언은 "엡스타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의혹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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