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직권남용 수사" 청산가리 막걸리사건 재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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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로 아내이자 친모 등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살고 있는 부녀가 검사의 위법 수사 사실 등을 인정받아 재심을 받게 됐다.
경찰은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넣은 범인을 찾지 못했고, 사건은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사망자 중 한 명의 남편이자 딸인 부녀를 긴급체포해 구속하면서 해결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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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로 아내이자 친모 등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살고 있는 부녀가 검사의 위법 수사 사실 등을 인정받아 재심을 받게 됐다.
15년 전인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한 주민 4명이 휴식 시간에 막걸리를 마시고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쓰러진 이들 중 2명은 결국 숨지고 2명은 부상을 당했는데, 이들이 나눠마신 막걸리에는 극소량만으로도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약인 청산가리가 들어있었다.
경찰은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넣은 범인을 찾지 못했고, 사건은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사망자 중 한 명의 남편이자 딸인 부녀를 긴급체포해 구속하면서 해결되는 듯 보였다.
검찰은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이를 알게 된 아내이자 친모인 피해자와 갈등을 빚은 것이 범행동기가 됐다고 공소사실에 기재했다.
계속된 꾸중에 격분한 딸은 친모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아버지에게도 범행 동참을 제의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딸이 막걸리를 사 왔고 그 전부터 지니고 있던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넣어 마당에 놓았으며, 일 나가는 피해자에게 남편이 막걸리를 가져갈 것을 권유했고 피해자는 이를 일터에서 동료들과 나눠마셔 변을 당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부녀는 1심에서 무고 혐의만 유죄를 받고 살인죄 등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는 모두 뒤집혔다.
광주고법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 부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아버지에게는 무기징역을,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부녀는 각각 다른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재판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막걸리에서 검출된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는 데 사용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청산가리 성분이 나오지 않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10년 만인 2022년 1월 부녀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을 청구했다.
박 변호사는 심문기일에서 100편에 달하는 검찰 진술 녹화 영상 편집본을 증거로 제시하며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회유와 압박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지른 것이 인정된다며 대법원 판결 12년이 지난 4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당시 수사 검사는 진술의 앞뒤가 안 맞는 정황을 꿰맞추기 위해 범행 경위를 미리 단정하고 진술을 끌어내려 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딸에게 검사의 생각을 주입하고, 유도신문 하거나 양형에 관한 보상을 제시하는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사권을 행사해 "아버지가 막걸리에 청산가리가 들어있는 것을 알았다" 등 부녀에게 불리한 진술 등을 받아냈다고 봤다.
또 막걸리 구입 경위를 밝혀 줄 경찰의 초동수사 폐쇄회로(CC)TV 증거에 대해서는 "검찰의 비공개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무죄를 증명할 새로운 증거가 될 수 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새롭게 발견된 증거와 진술의 모순 등을 고려하면 유죄로 확정된 재심 대상 판결은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며 재심 필요성을 설명했다.
법원이 재심 개시와 함께 형집행정지를 함께 결정함에 따라 이들 부녀는 이날 교도소에서 임시 출소해 재심 재판을 준비한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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