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서 삼국지 읽은 '이재명 습격범' 심리는? "거기서 딱 드러나"

변명문, 잘못에 대한 반성 아닌 '어쩔 수 없는' 심경 표출
"확신범=계획범, 동선 파악·흉기 개조 등 정황"

(부산=뉴스1) 조아서 권영지 기자 = "변명문은 일종의 선언문으로, 정의 실현을 위해 '어쩔 수 없었음'을 강조한 표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한 김모씨(67)가 자신을 영웅처럼 여기는 확신범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확신범은 정치·종교·사회 등에 대한 신념이나 확신이 결정적인 동기가 돼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를 말한다.

4일 김씨는 부산지방법원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면서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경찰에 '변명문' 8쪽짜리를 제출했다. 그걸 참고해달라"고 밝혔다.

정식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일컫는 '반성문'을 '변명문'으로 바꿔 말한 것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를 두고 "'반성문'은 잘못한 것을 인정할 때 작성할 수 있다"며 "김씨가 반성문을 변명문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임을 알지만 정의 실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행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김씨의 영웅 심리는 그의 행동 곳곳에서 드러난다.

배 프로파일러는 체포 당시 범행 동기와 심경을 담은 글을 품고 있었던 점에 대해 "테러범들이 종교, 정치 등 '대의'를 핑계로 테러를 저지르기 전 인터넷 사이트에 장문의 글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설명했다.

또 수사초기부터 살인 고의성을 인정한 점에서도 "본인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면에서도 범행 동기를 말하지 않는 것은 범행 의도를 자신의 언어로 재판장, 언론 등에 공표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위법성에 대한 의식이 없는 확신범의 특징은 그의 수감생활에서도 포착됐다.

그가 일상적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유치장에서 삼국지를 읽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배 프로파일러는 "삼국지는 난세에 영웅이 나라를 구한다는 내용 아니냐. 보통 수감자들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철학이나 종교 서적을 읽는다"면서 "확신범에게는 죄책감이나 후회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씨의 심리적 상태가 거기서 딱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는 계획범죄 정황 역시 그가 확신범임을 뒷받침한다.

김씨는 범행 1년여 전부터 민주당에 입당해 대표 동선을 따라다니며 범행 기회를 엿봤다.

특히 지난달 이 대표의 부산 일정에서도 목격됐으며, 범행 전날 부산에 미리 도착한 정황 등은 그가 이 대표의 동선을 사전에 파악해 최적의 범행 타이밍을 노렸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또 칼 손잡이에 A4용지를 감싸는 등 범행에 용이하게 흉기를 개조하기도 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확신범죄는 곧 계획범죄"라면서 "자기의 어떠한 신념 때문에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범행을 사전에 계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