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일촉즉발’… 국제유가 출렁
이란 “美·이스라엘에 보복” 공언
WTI 3.3% 올라… 공급망 불안 심화
美정부, 확전 우려 즉각 선그어
블링컨 국무, 저지 위해 중동行
이스라엘, 인정도 부인도 안해
韓 정부 “테러 강력규탄” 우려 표명
이란의 국민 영웅인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사망자가 90명에 육박하면서 이란 정부가 3일(현지시간) 강력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이후 고조돼온 중동 전체로의 확전 가능성이 극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시간차 폭발 뒤 이란 케르만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 현장에 폭발로 부서진 자동차들이 남아 있다. 이날 행사 도중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가 시간차를 두고 터지면서 현장에 있던 수백 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케르만=로이터연합뉴스 |
이날 오후 2시45분쯤 추모식이 열리던 이란 남동부 케르만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묘지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주차된 차량 안 여행가방에 담겨 있던 폭탄이 원격조종으로 폭발했다. 첫 번째 폭발로 발생한 사상자를 구하려는 인파가 몰린 10분 뒤 1㎞ 떨어진 지점에서 또다시 원격으로 조종된 두 번째 폭탄이 터졌다.
시아파인 이란과 종파가 달라 경쟁 관계에 있는 IS는 지난해 10월 15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 시아파 사원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이 이어지는 홍해도 확전에 불을 댕길 방아쇠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영국·일본 등 12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후티가 계속 (홍해) 지역의 중요한 수로에서 생명과 세계 경제,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미국 금융사 오안다(OANDA) 크레이그 얼람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날 유가 상승은 리비아 유전 시위와 홍해에서 발생한 (후티의) 추가 공격으로 인해 상승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하루 30만배럴을 생산하는 리비아 엘 샤리라 유전은 이날 지역 발전 문제를 둘러싼 주민들의 시위로 가동을 중단했다.
후티의 공격은 전 세계적인 무역 비용 상승도 초래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 주변으로 우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이동 경로는 3000∼3500해리(약 6000㎞), 이동 기간은 열흘가량 늘어난다고 네덜란드 은행 ING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1회 왕복 때마다 최대 100만달러(약 13억원)의 추가 연료비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가디언은 계속되는 운송 비용 증가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인플레이션을 약 1%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다만 전직 영국 정부 무역 고문인 리스 데이비스는 “(운송비 급등이) 경제에 주는 영향은 약 12개월이 지나야 경제에 서서히 반영된다”며 “혼란이 한시적이라면 다른 인플레이션 억제 요인에 의해 묻힐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지안·윤솔·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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