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확산되는 PF위기설… 동부·신세계·롯데도 `불안`
미분양 대거 발생 등 '부정평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한파가 태영건설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건설업계를 감돌고 있다.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건설사들은 PF 대출 만기 도래에 따른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PF 사업장과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산업은행 PF 1·2·3실도 이들 건설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금융투자업계는 부실 우려가 있는 건설사로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롯데건설 등을 꼽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가 4189억원에 이르지만, 현금성 자산은 583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동부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기도 했다. 인천 검단신도시(2115억원), 영종하늘도시 주상복합(4011억원) 등 대규모 자체 사업과 관련한 용지대금이 지속되는 중이다.
동부건설은 지난 2015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건설사다. 당시 시공능력평가 순위 27위였던 동부건설은 만기 도래한 790억원의 금융권 대출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하며 1년9개월 만에 졸업했다.
신세계건설은 미분양이 대거 발생 중인 대구 사업장이 많은 것이 악재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현금성 자산 1468억원에 단기차입금 1700억원 규모로 당장 위험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지만, 만기가 3개월 이내에 몰려 있어 단기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대구 수성4가 공동주택, 대구 칠성동 주상복합 등 일부 미분양 현장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신평은 지난해 11월 신세계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단기 유동성 자금 확보가 중요해졌다"라며 "태영건설 사태로 중소형 건설사의 단기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8위의 대형 건설사인 롯데건설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나증권은 "도급 PF 규모가 크고, 1년 내로 돌아오는 PF가 유동성보다 크며, 양호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도급 PF를 보유하는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을 지닌 기업은 태영건설과 롯데건설"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미착공 PF 규모는 3조2000억원이고 이중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 PF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한다"라며 "롯데건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은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을 2조3000억원 수준으로 파악했다.
신용평가사들도 다수 건설사가 PF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신평은 주요 건설사들 가운데 롯데건설(212.7%), 현대건설(121.9%), HDC현대산업개발(77.9%), GS건설(60.7%), KCC건설(56.4%), 신세계건설(50.0%) 등 건설사들이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50%를 넘었다고 밝혔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설사 20여곳 중에서 장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곳은 롯데건설, 신세계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네 곳이다.
다만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다른 건설사나 금융사로 전이되기보다는 빠르게 시장 안정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논리에 맡긴 PF 재구조화는 이미 시작됐고, 부실 사업장은 싼 값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갈 것"이라면서 "정부의 대응방안데로 워크아웃이 질서 있게 진행된다면, 지금 겪는 잠깐의 고통이 시장 회복을 빠르게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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