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3자 의견모집 제도를 도입한 이유[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지식재산권 산책]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특허침해소송도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또한 특허침해소송의 결과가 다수의 사용자나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따라서 법원이 폭넓은 의견을 참고해 판단을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2021년 특허법 개정을 통해 제3자 의견모집 제도를 도입했다.
제3자 의견모집 제도는 법원이 특허 및 실용신안 침해소송에 있어서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상대방 당사자의 의견을 들은 후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일반 공중에게 당해 사건에 대한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도록 요청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계기 중 하나가 2011년께부터 전 세계적으로 벌어졌던 삼성과 애플 사이의 소송이다. 당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관련 소송이 제기됐었는데, 일본 법원은 소송 당사자였던 삼성과 애플의 합의에 의해 증거수집절차의 일환으로 제3자 의견모집을 실시했다.
당시 의견을 모집했던 사항은 표준화기구에서 정해진 표준규격에 필수인 특허에 대해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선언이 된 경우 당해 특허에 의한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를 행사함에 제한이 있는지 여부였다.
의견모집을 실시했던 지식재산권 고등법원은 일본만이 아니라 국제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중요한 논점으로서 법원의 판단이 기술 개발이나 활용, 기업활동,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견을 모집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일본, 유럽, 미국 등 8개국에서 58건의 의견이 모집됐다.
제3자 의견모집 제도의 대상은 첫째, 특허권 또는 그 전용실시권 침해에 관한 소송이다. 둘째는 보상금 청구소송, 셋째는 실용신안권 또는 그 전용실시권 침해에 관한 소송에 한정된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에 의한 증거수집절차의 하나이므로, 법원이 직권으로 실시할 수는 없고, 당사자의 신청이 필요하다. 이때 당사자는 신청서에 의견을 구하는 사항, 즉 의견모집사항 및 의견모집의 필요성을 기재해야 한다.
의견모집사항에는 법률 문제나 경험칙만이 아니라 상관행이나 사업 실태 등의 사실관계도 포함할 수 있으며, 의견모집의 필요성에 관한 사정으로서 해당 사건의 판결이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나 당사자에 의한 증거수집의 곤란성, 예를 들어 다수의 업계에 관련한 발명에 관한 분쟁이거나 혹은 의견모집사항에 관해 확립된 재판례나 학설 등이 없다는 점, 관련 업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해외에서의 최신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법원은 의견모집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견모집사항 및 모집기간을 정해 지식재산권 고등재판소의 홈페이지에 게재하거나 또는 사건별로 법원과 당사자가 협의하여 게재 방법을 정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 고등재판소는 2022년 9월 30일 제3자 의견모집 제도에 따른 의견모집을 실시했는데, 해당 제도 도입 후 최초의 실시에 해당한다. 약 두 달간 의견모집을 가졌는데, 변호사나 일본 변리사회 등에서 의견을 제출했다.
의견모집사항은 서버와 복수의 단말장치를 구성요소로 하는 시스템 발명에 있어서 해당 서버가 일본 외에서 제작되고 존재하는 경우, 발명의 실시행위인 ‘생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생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 여부였다.
해당 사건은 미국에 위치한 서버와 일본에 위치한 유저 단말 사이의 코멘트가 포함된 동영상 서비스 시스템에 관한 것으로서, 일부 구성요소인 서버가 해외에 존재하는 경우에도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특허권에 따른 금지청구 등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이다.
다수 유저에게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확립된 재판례가 없으면서도 중요한 사안이기도 했다.
일본의 제3자 의견모집 제도는 미국의 ‘법정 조언서(Amicus Brief : 소송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전문가 단체나 개인 등 제3자가 조언이나 정보를 담은 법률 문서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함)’로부터 유래한 제도로서, 이제 첫 실시 사례 및 그에 따른 판결이 선고된 상황이다.
기술이 고도화, 복잡화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법관이 기술이나 해당 업계 전문가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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