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사고 26분 전 가스 '콸콸' 새는데…충전소는 지켜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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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가스가 사람 키 높이로 온 마을을 덮쳐 바다를 이뤘는데도 충전소 측이 119 신고는커녕 주민대피 등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넘어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새해 첫날 강원 평창의 작은 산골 마을을 초토화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폭발 사고 당시 충전소 측은 LP가스가 '콸콸' 새는 내내 허둥댈 뿐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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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없는 고지대로 무조건 뛰어" 비명 후 폭발…블랙박스 영상 '공포'
(평창=연합뉴스) 이재현 박영서 강태현 기자 = "LP가스가 사람 키 높이로 온 마을을 덮쳐 바다를 이뤘는데도 충전소 측이 119 신고는커녕 주민대피 등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넘어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새해 첫날 강원 평창의 작은 산골 마을을 초토화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폭발 사고 당시 충전소 측은 LP가스가 '콸콸' 새는 내내 허둥댈 뿐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5명이 중경상을 입고 총 28명의 이재민이 난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피해 주민들은 폭발 사고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겨를도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자체 수집한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보는 순간 분노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당시 피해 모텔 외관에 설치된 CCTV로 본 폭발 전 상황은 이렇다.
사고 당일은 지난 1일 오후 7시 20분께 충전소 벌크로리 1대가 충전장소로 들어갔다가 50분 만인 오후 8시 10분께 충전을 마치고 나왔다.
이어 오후 8시 15분 가스가 누출된 문제의 5t짜리 벌크로리 1대가 충전장으로 진입한 뒤 5분여 뒤인 20분부터 충전에 나섰다.
벌크로리 운전자로 보이는 사람이 충전장에서 나와 사무실로 가는 모습에서 충전소를 운영하는 D 업체의 설명대로 자동충전이 시작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벌크로리 운전자가 다시 충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오후 8시 35분이고, 이로부터 2분여 뒤인 오후 8시 37분 37초께 무언가 잘못된 듯 가스가 누출되는 모습이 CCTV에 명확히 포착됐다.
가스는 찔끔 새는 정도가 아니라 폭포수가 쏟아지듯 '콸콸' 넘쳐 불과 10초 만에 인근 도로를 뒤덮었다. 공포가 성큼성큼 다가오듯 흘러든 LP가스는 1분여 만에 CCTV가 설치된 모텔 주변을 온통 에워쌌다.
마을 도로가 LP가스로 바다를 이룰 정도로 퍼지자 주민들은 비로소 가스 냄새를 맡고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이어 8시 41분께 주민 김태철(54)씨는 119에 "LPG 충전소에 가스가 많이 새고 있다"고 최초로 신고했다.
김씨는 이웃에게 전화를 걸어 가스 누출 사실을 알리면서 본격적인 주민 대피가 시작됐다.
김씨는 119와 이웃 주민뿐 아니라 충전소를 운영하는 가스업체에도 밸브 차단을 요청하기 위해 8시 42분부터 1분 간격으로 총 4차례 전화를 했으나 당시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벌크로리 운전자와 고령의 가스충전원은 그저 플래시를 들고서 충전소 앞을 이리저리 허둥거리고 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CCTV를 본 주민들은 충전소 직원들이 119가 도착한 8시 50분까지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마치 벌크로리 내 주입한 가스가 다 새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듯한한 모습이었다고 분노했다.
그사이 주민들은 가스가 없는 안전한 곳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저 살기 위해 고지대로 뛰어나갔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엑소더스를 방불케 하는 주민들의 본격적인 대피가 시작된 지 불과 10여분 뒤인 오후 9시 3분. 시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폭발 참사가 발생했다.
폭발 당시의 공포스러운 장면은 이 사고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치킨 배달원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주민들을 또 한 번 소스라치게 했다.
피해 주민들은 "충전소 측이 가스 누출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허둥대는 사이 주민들은 서로의 이웃을 살리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했다"며 "그런데도 충전소 측은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가 없다"고 분노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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