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세 포퓰리즘·부동산 투기 우려 낳는 새해 경제정책 기조
윤석열 정부가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체감하는 민생경제’라는 모토와는 달리 주요 내용이 부자 감세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채워졌다.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까 우려된다.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장벽이 높아지고, 가계부채 탓에 내수는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국민의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서민 살림살이는 오히려 후퇴했다. ‘부자 감세’ 정책과 기획재정부의 엉터리 추계로 지난해 60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고서 첫 페이지에서 지난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세일즈 외교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의 수출·투자 저변을 확대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데도 고용은 양호하다 했고,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가 시한폭탄처럼 다가오는데 금융시장은 위기 진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
이날 발표된 경제 정책 중에 ‘세컨드 홈 활성화’가 눈에 띈다. 기존 1주택자가 지방의 주택을 새로 취득하면 1주택자로 간주해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에서도 집 한 채 없는 서민에게 이 정책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오는 5월까지인 ‘다주택자 중과 유예’도 연장하기로 했다.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고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투기세력에게 면죄부만 준 셈이다. 주택 정책이야말로 민생에 맞춰야 한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이더라도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서 서민과 청년, 무주택자 등이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비수도권으로 제한했지만 부동산 개발부담금 폐지는 건설업체와 토건족에게 지나치게 특혜를 준 것이다. 부동산 규제를 풀면 일시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나지만 부동산 투기 붐으로 이어져 민생이 파탄날 수 있다.
정부의 긴축재정 정책에도 재정 건전성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무분별한 감세 정책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규모 재벌·대기업에 수조~수십조원의 감세 보따리를 또 풀었다. 지난해 한시로 도입한 기업의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방침을 밝혔고, 지난 연말엔 대주주 주식양도세 부과 기준을 완화했다.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위기일 때는 재정을 풀어 내수를 진작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 순리다. 해결책은 증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병행하는 것인데 정부 정책 방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을 9차례나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새해 경제정책 기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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