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동 흉기난동범 정신감정 결과 “조현병 심신미약”...검찰은 반박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해 8월 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서현동 흉기난동 사건’ 피고인 최원종(23)이 지난해 사건 발생 당시 조현병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신감정 결과가 나왔다.

최원종 측 변호인은 이를 바탕으로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범행 전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피해자들은 최원종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했다.

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재판장 강현구)는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최원종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최원종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통보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 통보서는 국립법무병원이 감정해 작성한 것이다.

앞서 최원종 측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조현병이 의심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정신감정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여 정신감정이 진행됐다. 통보서에 따르면, 범행 당시 최원종은 사물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정신과적 치료가 없으면 망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조현병이 지속될 수 있어 재범의 위험이 큰 것으로 감정됐다. 다만, 반사회적 성격장애 요건은 충족하지 않는다는 소견이 제시됐다.

이날 검찰은 “감정 결과는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범행 당시 최원종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들어 반박했다.

검찰 조사 결과, 최원종은 지난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최근까지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최원종이 폐쇄적 심리상태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다 스토킹 조직단체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에 빠진 상태에서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다만, 최원종이 주식 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학업능력을 갖춘 점, 범행 전 ‘심신미약 감경’을 검색한 점 등을 토대로 최원종이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최원종 측 변호인은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현병이 지속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나온 점, 장기간 수형생활이 불가피한 점 등 고려해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흉기난동' 피고인 최원종(22)이 지난해 9월 1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법정에는 이 사건으로 사망한 김혜빈(당시 20)씨의 아버지와 이희남(65)씨의 남편, 서현역 AK백화점에서 근무하던 보안요원 A씨 등이 증인으로 나와 최원종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혜빈씨의 아버지는 “최원종은 아직까지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저희 가족 피해자들이 사법부의 위로를 받고 싶다.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희남씨의 남편은 “범인은 자기의 흉악범죄를 변명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법이 약해지면 이런 사건 계속 반복되고 사회가 불안해질 것”이라며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엄벌을 바란다”고 했다.

전 보안요원 A씨는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저지른 범죄라고 주장하는데, 당시 사건에서의 모습은 시민을 해치며 쾌락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며 “이 사건으로 모방범죄가 잦은데,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엄벌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범행 경위와 위험성, 피해 정도, 범행 이후에도 피고인이 망상 증상을 보인 점 등 고려해 재범의 위험이 크다”며 최원종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오는 18일 재판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이날 검찰의 구형이 진행된다.

한편,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오후 5시56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부근에서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후 다시 인근 백화점에 들어가 9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전날인 8월 2일 오후 8시쯤 성남시 분당구의 백화점 부근, 지하철 야탑역·서현역·미금역 및 지하철 안에서 흉기 2개를 준비해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려다 범행을 포기한 혐의(살인예비)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