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쟁 확대 원치 않는다”…이란 폭탄 테러에 전전긍긍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이것(이 전쟁)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넘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파트너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정예 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리던 3일 오후 발생한 폭발로 84명이 숨진 지 8시간이 흐른 3일(미국시각) 오후 2시10분.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과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이 심각한 얼굴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커비 조정관은 회견 머리발언에서 지난 연말연시 휴가 기간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화 회담을 나눴다는 소식과 미국이 중동에서 유지하고 있는 군사 태세를 설명한 뒤, 지난해 10월7일 가자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이 취해온 기본자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분명히 밝혀왔듯 미국은 중동의 어떤 나라나 주체와도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이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점점 현실화되는 가자전쟁의 확전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기자들의 질문은 자연스레 가자전쟁을 단숨에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확산시킬 파괴력을 가진 이날 추모식 폭발에 집중됐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의 마음은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삶이 영원히 바뀌게 될 무고한 희생자와 가족들과 함께 있다”며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도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누가 저질렀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또 “지금으로서는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다고 볼 징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 역시 이번 사건에 “미국은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와 반대되는 추측은 터무니없다”고 입을 연 뒤 “우리는 이번 폭발에 이스라엘이 관련돼 있다고 볼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별도 전화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과거에 이슬람국가(IS)가 한 것과 같은 형태의 테러 공격으로 보인다”며 이슬람국가 쪽으로 의심을 돌렸다. 화들짝 놀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4일 중동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을 떠났다. 가자전쟁이 시작된 뒤 벌써 다섯번째 방문이다.
미국은 이날 다른 한편으론 홍해에서 상선들을 공격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해 독일·영국·일본 등 다른 11개국 정부와 함께 성명을 내어 “주요 수로에서 생명, 세계 경제, 자유로운 상업의 흐름을 계속 위협한다면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보복한다는 명분을 들어 선박에 대한 공격을 거듭하자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이다. 미군은 지난달 31일엔 상선을 공격하는 후티 반군 함정 3척을 헬기로 공격해 격침하기도 했다. 이날 성명 역시 가자지구 전쟁이 밖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확전을 향해 가는 불길한 기운이 점점 더 명확히 중동 전체를 감싸고 있다. 2일 하마스의 정치국 2인자인 살리흐 아루리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데 이어 3일엔 솔레이마니 추모식 폭발이 발생했다. 같은 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9명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전쟁이 확대된다면, 첫 전선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직접 맞붙은 이스라엘 북부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침묵을 지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이스라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동맹국들엔 (비공개 접촉을 통해) 이번 폭발과 자신들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무고한 대중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폭발이 적국의 핵심 인사나 핵 의심 시설 등 인프라를 표적 삼아 타격하는 이스라엘의 공격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김미향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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