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할아버지 ‘마음의 빚’ 갚겠다며…부산에 뜬 이 남자 [금배지 원정대]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4. 1. 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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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원정대-13]
부산 서·동구 출사표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YS정신 살린 ‘통합과화합’ 포럼
부산에 대한 애착이 생긴 계기
“할아버지 7선 지낸 정치적 고향
수십년 낙후된 환경 개선에 주력”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Q. 김인규에게 금배지란? 지역구민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징표
Q. 김인규에게 정치란? 권력이 아닌 국민에 충성하고 국민의 가장 작은 목소리까지 대변하는 것

부산 서구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김 전 대통령은 서구에 위치한 경남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제5~10대·13대 국회의원에 총 7번 이 곳에서 당선됐다. 9선 국회의원 이력 중 대부분을 부산 서구에서 보낸 것이다. 1953년 26살 나이에 당시 경남 거제군에 출마해 당선됐고, 마지막 국회의원인 14대 총선 때는 전국구 1번이었으니 처음과 끝을 빼면 부산이 대통령 김영삼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런 YS의 정치적 고향에서 YS의 손자가 대를 이어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그 주인공이다. 부친인 김현철 이사장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제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후보를 사퇴했다. 정치적 재기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금배지를 다는 데는 실패했다.

‘통합과화합’ 포럼 활동하며 부산에 애착
YS에게 정치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은 부산 서구 외에도 거제 등이 꼽힌다. 거제는 YS의 고향이자 그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역이다. 실제로 김 전 행정관의 지인들은 거제 혹은 상도동계의 상징성이 있는 동작구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김 전 행정관이 부산 서구·동구(이하 부산 서동)을 출마지로 택한 이유는 뭘까.

김 전 행정관은 “지난 대선 당시 부산에 가서 청년 조직을 만들어보라는 말씀에 할아버님의 유훈인 ‘통합과 화합’이란 이름으로 포럼을 만들었다”며 “포럼 활동과 행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부산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산에 진 ‘마음의 빚’도 김 전 행정관의 발길을 부산 서동으로 향하게 한 결정적인 계기다. 김 전 행정관은 “부산에 처음 왔을 때 지역에 계신 원로분들이 ‘YS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지 서구의 대통령은 아니지 않았나. 아직도 원도심은 많이 낙후돼있다’는 말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할아버님의 호인 ‘거산’과 같은 크고 높은 정치를 지향하되 서구와 동구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해보자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역 ‘보수의 텃밭’에서 출마 결심
부산 서동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서구와 동구를 합쳐 신설된 지역구다. 서구의 부민동, 아미동, 초장동, 충무동, 암남동, 동대신1~3동, 서대신1·3·4동, 남부민1·2동 등을 관할한다. 동구의 초량1·2·3·6동, 수정1·2·4·5동, 범일1·2·5동, 좌천동 등도 관할 지역이다. 현재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지역구 현역으로 있다. 그는 부산일보 정치부장과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이 지역구는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으로 보수 정당 지지세가 큰 곳이다. 원도심인 만큼 청년층 인구 유출이 크고 노년층 인구 비율이 높다. 부산 서구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모두 보수정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부산 동구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3대 총선 이후부터는 민주당계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부산 서동 국회의원 선거 결과
부산 지역에서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만큼 당내 경선이 중요하다.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도 즐비하다. 김 전 행정관을 포함해 국민의힘에서 검사 출신인 곽규택 변호사, 이영풍 전 KBS 기자 등 예닐곱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형욱 전 동구청장, 정도영 생활경제연구소장 등이 뛰고 있다.
김인규 전 행정관이 부산 지역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구덕운동장 재개발 등 우선현안으로
김 전 행정관은 부산 서구와 동구에 산적한 지역 현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당장 북항과 남항 재개발부터 원도심 고도제한 문제, 구덕운동장 재개발까지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있다”며 “새로운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기에 앞서 기존에 해결하지 못한 지역 현안을 우선적으로 챙기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외에도 부산역 경부선 철도 지하화와 좌천동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주요 지역 현안으로 꼽았다.

원도심을 발전시킬 방안도 김 전 행정관이 눈여겨보고 있는 과제다. 그는 “무엇보다 원도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싶다”며 “산복도로 일대에 방치된 빈집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고, 인근 주민들의 소규모 노후주택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행정관은 ‘789세대’(70·80·90년대생)로서의 정체성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고령화 사회 해소, 인구 감소 대처, 글로벌 시대에 맞는 청년 인재 양성과 기용 등의 과제들은 시대정신을 관통하고 있는 789세대들이 가장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슈들”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신조 바탕으로 YS정신 되살릴 것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의 정치적 신조를 바탕으로 통합과 화합의 ‘YS정신’을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은 “제 정치적 신조가 미셸 오바마의 ‘When they go low, We go high’다. 저들은 저열하게 나와도 나는 품격있게 정치하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YS가 강조한 ‘대도무문’(바른 길로 나아가려면 꾸준히 정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전 행정관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부산 서구에서 ‘YS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배지 원정대’는 2024년 4월 열리는 22대 총선에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구를 분석해보는 매일경제신문 정치부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절대 반지’를 찾아 떠난 반지 원정대처럼, 현역 의원은 물론 정치 신인까지 집중 추적해 유권자 여러분의 선택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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