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사주 일가 자금 따로 ‘파킹’ 의심”…태영, 뒤늦게 484억 사재출연

허인회 기자 2024. 1. 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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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발표된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놓고 채권단의 반응이 냉담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자구 방안"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태영 측에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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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안 놓고 “오너 자산, 단돈 1원도 제시 안 해” 질타
최후통첩 메시지도…“주말까지 추가 자구안 내놓아야”
냉담한 채권단 반응에 태영 “자구안 이행 중” 공개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발표된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놓고 채권단의 반응이 냉담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자구 방안"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이 원장은 4일 출입 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태영건설의 자구안에 대해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오너 현금 유동자산이 있는데, 워크아웃에 단돈 1원도 포함해 제시하지 않고, 공헌할 계획도 포함치 않았다"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할 당시에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말했는데, 이게 남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당연히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과 관련해서는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외담대를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외담대가 망가지면 앞으로 채권 형태의 자금 유통이 불가능해진다. 워크아웃의 대전제인 신뢰를 첫 시작 단추부터 무너뜨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원장은 태영 측이 SBS 지분 매각에 선을 긋고 있는 것에 대해 지주사인 TY홀딩스 지분 활용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TY홀딩스는 상장법인인 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영 측에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오는 11일이 시한이고, 11일 당일에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에 동의하라고 할 수 없다"며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 전후한 시점을 넘으면 산은은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일엔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채권단 협의회가 열린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혹시라도 누군가 11일 이후에 이 이슈를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니고, 11일 어떻게든 끝난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에서 양윤석 TY홀딩스 전무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 자구안 이행 현황 알려…사채 출연 규모는 기대 이하

전날 채권단 설명회 이후 강한 비판에 직면한 태영 측은 이날 자구안 이행 현황과 함께 사채출연 규모도 공개했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산업은행에 약속한 그룹 차원의 자구계획 중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잔액 259억원이 지난 3일자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484억원 규모의 사주 일가 사재 출연 내역도 공개했다. TY홀딩스에 따르면,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본인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 416억원(주식양도소득세 공제 후)을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아울러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도 30억원을 투입했다. 윤 회장 부친인 윤세영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사재 38억원을 내놓았다. 총 484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사재 출연으로는 채권단의 설득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3000억원 정도를 적정한 사채 출연 규모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해 2200억원 규모의 사재를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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