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에 '미운오리새끼' 된 케이블카, 그래도 추진?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41대 대부분 적자 경영
출혈경쟁 우려에도 경남, 울산 곳곳 신규 추진
"부족한 체험 요소 한계… 관광자원 연계해야"
경남 사천시는 1일부터 바다케이블카 이용료를 1만5,000원(일반캐빈 대인 기준)에서 1만8,000원으로 3,000원 인상했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섬과 바다, 산을 아우르는 ‘해상 반, 산악 반’ 케이블카를 내세우며 야심 차게 운행을 시작했지만 개통 이듬해부터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이용객은 54만여 명, 타당성 조사 당시 예상한 90만 명의 60% 수준에 그친다. 사천시 관계자는 “인근 지역 케이블카와 비교해 m당 기존 이용료가 6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요금을 인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 케이블카 사업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전국 곳곳에 케이블카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그런데도 20여 개 지자체가 또 신규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관광용 케이블카는 모두 41개다. 경남과 경북, 전남이 6개로 가장 많고, 경기와 강원이 각 5곳, 부산과 대구가 각 3곳 등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개는 2007년 이후 생겨났다. 그해 개통한 통영케이블카가 한 해 탑승객 100만 명을 기록하며 '국민케이블카'로 대박을 친 게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부분의 케이블카가 개장 초기 반짝 특수를 누리다 이내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개통한 경남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는 첫해 2억 원의 흑자를 낸 이후 매년 1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2020년 7월 개통한 경북 울진 왕피천케이블카는 지난해 시설임차료를 못 내 6개월이나 운행을 멈췄다. 2021년 개통한 전남 해남 명량해상케이블카와 2022년 개통한 경남 하동 금오산케이블카는 아예 첫해부터 각각 13억~15억 원의 영업 손실이 났다. 승승장구하던 통영케이블카도 2017년 탑승객 140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2020년부턴 적자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설을 운영하는 통영개발공사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케이블카가 많아지다 보니 이용객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주기적으로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에 볼거리를 확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매년 전국에서 2~3개씩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쏟아진다. 울산만 해도 동구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와 울주군 신불산케이블카 2개가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2개 모두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경남에서도 산청, 함양이 지리산 케이블카를 두고 유치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창원시도 마산만과 진해 장복산 2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 양양군에선 최근 40년 숙원 사업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첫 삽을 떴고, 비슷한 시기 부산 황령산케이블카도 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전남 광양 섬진강 케이블카와 완도 상왕산 케이블카, 전북 전주 한옥마을 케이블카, 경북 문경새재케이블카, 대전 보문산 케이블카, 대구 비슬산케이블카 등 어지간한 관광지는 모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케이블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신규 사업은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케이블카가 늘어날수록 관광객 유치 효과는 떨어지고 예산낭비, 환경훼손은 물론 지자체 간 출혈경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남현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케이블카는 편리하게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 외에 특별한 체험 요소가 없다”면서 “신규 사업은 지양하고 기존 사업은 그 지역만의 관광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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