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신청' 태영건설, 채권단과 대립각…자구안 말 바꾸기에 신뢰 '뚝'

최지혜 2024. 1. 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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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눈물 말고 자구안 달라"
미흡한 자구안에 워크아웃 불발 위기 고조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자구안에 채권단이 불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설명회에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태영건설이 내놓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자구안에 채권단의 반응이 차갑게 식었다. 이와 함께 태영그룹이 자구 조치로 마련한 자금이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 TY홀딩스에 사용된 것을 두고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TY홀딩스가 당초 내놓은 자구안과 달리 계열사 매각 대금을 직접 사용하면서 채권단의 신뢰가 바닥을 치는 분위기다.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각각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 30억 원가량을 투입했으나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

TY홀딩스는 4일 자회사 처분을 통한 자금으로 당사 채권을 상환한 것과 관련 "TY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자구안을 통해 마련된 자금이 향후에도 TY홀딩스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던 자금이 TY홀딩스에 흘러간 것을 지적한 데 따른 입장 발표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은 전날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 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직접 채권단 설명회에 참석, 호소문을 통해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 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채권자들에게 워크아웃 동의를 요청했다.

윤 창업회장은 "워크아웃을 신청해 기업회생의 첫걸음 뗄 수 있었다. 대주단 여러분의 워크아웃 승인 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며 "피해를 최소화해 태영과 함께 온 많은 분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눈물까지 비쳤다.

태영건설은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회사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회사 재건 협약으로, 회생 가치가 있으나 재정 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선택하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다. 현재 회사의 PF 보증 채무는 9조 원대 규모다.

◆"태영건설 자구안 구체성 없어…이행 확약도 병행돼야"

자구안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는 차가웠다. 이번 자구안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 신청 당시 알려졌던 내용인 데다 일부 자금은 당초 약속과 달리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 측에 지원됐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채권단 설득의 관건으로 여겨졌던 윤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과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매각은 자구안에서 제외됐다.

태영건설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SBS 지분매각 의사를 묻는 말에 "SBS는 방송사로 제약 요건이 많고, TY홀딩스 자회사라 당사 측에서 관련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일부 채권단 관계자들은 설명회에서 구체적인 자구안을 포함하지 않은 데다,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다며 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전날 설명회 직후 개최한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구체적인 자구안 없이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만 밝혔다"며 "자구안과 이에 대한 이행 확약 없이는 채권단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명회에서 태영 측에 할당된 1시간 중 10분가량은 윤세영 회장의 호소문 발표에 사용됐고, 나머지 대부분은 태영건설이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단 설명회 직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지혜 기자

◆태영건설에 지원키로 한 계열사 매각 대금 TY홀딩스로 유출

태영건설이 당초 제시한 자구안이 실제 이행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 일부를 지주사 TY홀딩스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지주사에 대한 자금 지원도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TY홀딩스와 태영건설이 별도 법인인 데다, 정작 채권단의 채무는 태영건설이 지고 있어 이같은 회사의 결정이 '말 바꾸기'로 해석되고 있다.

강 회장은 "워크아웃 협의 과정에서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을 제시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400억 원만 지원했다"며 "또 블루원 지분 담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제공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말을 바꿔 해당 자금을 TY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TY홀딩스에 따르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 가운데 400억 원은 지난달, 나머지 259억 원은 전날 각각 태영건설에 지원됐다. 그러나 890억 원가량은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의 리테일 채권 상환에 투입됐다.

TY홀딩스는 당사의 채권 상환에 대해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서 TY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라며 "자구계획 내용대로 매각 대금 전액이 태영건설을 위해 사용됐다"고 부연했다.

심지어 향후 자구계획을 통해 마련된 자금이 향후에도 TY홀딩스에 사용될 수 있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TY홀딩스는 "나머지 자구계획도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리테일 채권 외 나머지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가 TY홀딩스에 지급 청구될 경우 이를 상환하는데 일부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이 언급한 블루원 지분 담보 자금 역시 TY홀딩스 측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TY홀딩스 오너 일가의 자회사 채권 매입도 이날 결정됐다. 회사는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이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 30억 원을 투입했다고 이날 밝혔다. 윤 회장의 부친으로 경영에 복귀한 윤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38억 원을 투입했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연대보증 리테일 채권 상환과 관련해 "TY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호도하는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동의 확보 가능성 '뚝'…워크아웃 불발 시 부도 가능성도

태영건설은 지난 2022년 말부터 부도설에 휩싸이며 유동성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태영건설은 총 10조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을 1조3007억 원, 규모가 작은 시행사의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TY홀딩스가 추산한 태영건설의 유위험 보증채무(우발채무)는 브릿지보증 1조2193억 원, 분양률 75% 미만 본 PF 보증 1조3066억 원 등 2조5259억 원이다. 태영그룹의 설명대로 9조 원대 PF 보증 채무 가운데 위험성이 높은 우발채무를 2조5000억 원 가량으로 보더라도 이번 자구안이 이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시각이다.

현재로선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채권단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의 75% 이상이 워크아웃에 찬성할 경우 태영건설은 최대 4개월간 채권 행사를 유예받을 수 있다. 우발채무가 500억 원 이상인 주채권단 60여 곳의 동의 확보가 관건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워크아웃의 대전제는 대주주의 충분한 자구 노력인 만큼 태영 측이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와 시장 신뢰 회복을 이끌어낼 수 없다"며 "상식적으로 이런 제안으로 채권단에서 75%가 동의한다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에는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회사의 유동성 위기설과 부도설이 '설'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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