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암살에 들끓는 중동 …'3H' 배후 이란 "직접 복수할것"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저강도 장기전'으로 완화되는가 싶더니 전쟁의 불씨가 이란, 레바논, 예멘 등 중동 전역으로 튀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안방 한복판에서 하마스 3인자가 암살되고, 이란 사령관 추모식에서는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장악한 홍해·아덴만 일대에서의 상선 공격도 더 거세지고 있다.
'3H(헤즈볼라·후티· 하마스)'와 배후 '이슬람 저항의 축' 수장 격인 이란까지 나서 반격을 예고하면서 중동 전쟁은 확전 기로에 놓였다. 5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후 다섯 번째 중동 순방에 나서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긴장 완화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4주기 추모식 연설에서 "이번 테러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 (배후 세력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사악하고 범죄적인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며 "이런 재앙은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이는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45분께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 지역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 행사 도중 원인 불상의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나 최소 95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이란은 4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기로 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테러 사건 배후로 이스라엘을 간접 지목했다. 그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경고한다. 너희는 저지른 죄들로 몹시 후회스러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알아크사 홍수 작전(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은 아직 진행 중이며 그 끝은 시온주의 정권의 종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 그와 반대되는 어떤 추정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이스라엘과 연관됐다고 볼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중동 내 라이벌인 시아파의 수장 이란에 대해 IS가 기습 테러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동맹국에 이란 테러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요인 암살에 있어 표적 공격을 하는 이스라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광범위한 폭탄 테러는 이스라엘의 방식이 아니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장악 지역에서도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폭격해 하마스 3인자가 숨진 데 대해 "우리가 침묵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경고했다. 나스랄라는 이날 TV 연설에서 "적이 레바논에 대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역을 공격해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이자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살레 알아루리를 포함해 총 6명을 사살한 데 대한 역풍이다.
홍해와 아덴만에서 무차별 공격을 이어온 예멘 후티 반군도 확전 기로에 놓였다. 미국, 독일, 일본 등 12개국은 후티 반군이 선박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12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홍해에서 계속되는 후티의 공격은 불법이고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역을 매우 불안정하게 한다"며 "민간 선박과 해군 함정을 의도적으로 겨냥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군 세력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스라엘과 상관없는 일반상선 20척을 로켓포로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시장을 위협해왔다.
한편 미국은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을 통해 확전 가능성 차단에 나선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역내로 확대할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넘어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상당한 군 태세를 구축했으며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 "지중해에 4000명 이상의 해병·해군과 50대 이상의 항공기가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이날 레바논 접경지대를 방문한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내 느낌으로는 북부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의 준비 태세가 매우 강력하다.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세계 3위, 몸값 3조, 신입연봉 6200만원…‘이 기업’ 코스피 상장한다 - 매일경제
- “여보, 이젠 각방 안 써도 되지?”…‘남편 잡는’ 신기술 올해 뜬다는데 - 매일경제
- “이재명 대표 왜 공격했나” 질문하니…60대 피의자 “변명문 참고하라” - 매일경제
- “우리도 미국이 싫어요”…‘G7 대항마’ 공식가입 선언한 사우디 - 매일경제
- “노예 뽑는다는 얘기냐” 휴일없이 주7일 근무, 월급 202만원…정부 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공고 -
- “한달에 은행원 연봉 4배 번다”…매달 억대 수익, ‘훈남’의 정체 - 매일경제
- 두달만에 1억7천만원 ‘뚝’…‘부동산 불패’ 강남아파트마저 ‘악소리’ - 매일경제
- “헬기 태워주세요. 아이고 나 죽는다”…‘이재명 피습’ 정유라 발언 논란 - 매일경제
- ‘경복궁 낙서범들’ 1억원 물어낸다…“모방범죄 없도록 강력 처벌” - 매일경제
- 고우석, 샌디에이고와 계약 규모는 2년 450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