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태영 오너, 계열사 판 돈 빼돌린 의심 있어"
사재출연· SBS지분매각 없이
오너일가 챙기는 자구안 질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일부만 '건설'에 지원 의혹
F4회의 열리는 주말 전까지
새로운 자구안 제출해야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후 협력업체, 수분양자보다 회사 오너 일가와 오너 직속 지주회사부터 챙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오너의 사재 출연 및 SBS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를 활용한 전향적인 자구 계획을 만들지 못하면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말에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최악의 경우 태영건설이 회생 신청에 들어가면 태영 오너는 '태영건설'과 지분 관계를 단절하며 '꼬리 자르기'를 하고, 협력업체와 수분양자들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은 "건설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장 안정 조치 확대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과할 정도로 충분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회사를 어려움에 처하게 만든 오너 일가가 워크아웃 신청 정국에서 보여주고 있는 무책임한 행보를 비판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과 관련해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 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태영그룹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티와이홀딩스 몫으로 세후 1133억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몫으로 413억원 등 총 1546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태영인더스트리의 '최대주주 변동'(매각 시점 지분율) 공시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지분 40%) 몫은 주식양도세율 27.5%를 감안할 경우 세후 696억원, 윤 회장(32.3%) 몫은 세후 563억원이다. 태영 측이 밝힌 티와이홀딩스 몫(1133억원), 윤 회장 몫(413억원)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태영인더스트리 처분 전에 윤 회장 등이 티와이홀딩스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을 넘겼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태영 측은 "해당 지분 매각은 주식매매지만 성격상 부동산 비율이 높아 세율 45%가 적용된 데다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발표 금액이 맞는다"고 해명했다.
태영그룹 자구책 중 하나인 '에코비트 매각'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자회사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지난해 1월 글로벌 사모펀드 KKR로부터 4000억원 규모를 차입하면서 '지분 몰취조항'을 주주 간 계약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와이홀딩스에 재무 위험이 발생할 경우 KKR이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블루원 매각과 관련해 이 원장은 "대주주 일가가 급한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실제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태영 측이 방송법 제약을 이유로 매각에 부정적인 SBS 지분 대신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유동성 제공 등에 활용할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채권단 의견도 전달했다.
정부의 강경 기조 속에 태영건설도 이날 추가 자구안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티와이홀딩스도 이날 지주사와 오너 일가의 지원 및 희생 부족에 대해 방어에 나섰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잔액 259억원이 어제 일자로 태영건설에 모두 지원됐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한 내역이 484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제1차 채권단 협의회까지가 아니라 이번주 말(6일 또는 7일)로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주 말까지 태영의 변화가 없다면 오는 7일 비상거시경제 점검회의(F4)에서 워크아웃이 아닌 회생절차로 갈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채종원 기자 / 한우람 기자 / 이희수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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