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운 정치는 안 이랬다"...극단 혐오정치에 정치권 '자성'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둘러싸고 부각된 국내 혐오정치의 문제는 결국 정치권에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제언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이어진다. 막말에 가까운 강성 발언으로 극성 지지자들을 이용·동원하는 것을 중단하고 대화와 타협을 지향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단 의견들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혐오정치 심화는) 강경 유튜버들이 지배하는 담론구조의 영향이 제일 크다"며 "정치인들도 극단적 주장을 하지 않으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돼 버렸고 정치권 내 상대방을 향한 적대적 언어가 점점 더 사나워지는 것을 지난 10여년간 봐 온 결과가 이번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어찌보면 팬덤정치를 이용했거나 강성 지지세력을 동원한 정치인들도 자신이 오히려 그 테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 언론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강성 지지자들의 포로가 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용기있게 '노'(NO)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이 특정 지지 세력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국민, 중도층을 대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선동정치가 문제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치가 시원하게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정치는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아우르는 종합예술에 가깝다. (최근의 정치가)그런 과정 없이 단순하고 쉬운 방식으로 선과 악, 정의 대 불의로 지지층을 갈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어떤 식으로든 (혐오정치를) 멈추게 해야 한다. 자성하고 지지층 표를 끌어오기 위한 정치가 아닌, 분열층을 통합하기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지지층만 보고 양극단으로 갈 게 아니라 중도로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험한 말에 물든, 혹은 물들게 한 정치권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현직 중진의원으로부터도 터져 나왔다.
4선의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에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정치환경이) 많이 다르다"며 "정쟁은 그 때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치권에서 쓰는 말이) 정쟁의 수준을 넘어 극단적이고 파괴적이다. 이걸 또 유튜브도 부추긴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이 정치권이다. 정치권부터 반성하고 정치권이 정치개혁을 위한 진정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양당체제의 문제는 한 번 지면 열패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야 모두 죽기 살기로 버텨야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1987년 이후 이어진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양당이 계속 정치를 독점해왔고 승자 독식체제와 같은 여러 폐해들 때문에 정치개혁이 필요하단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3선 의원을 지낸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BBS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지금의 극한 정치가 이렇게 천박한 정치로써 국민들에게 불편하게 혐오감을 크게 양산시킨 적이 없다"며 "(정치권의) 자성과 반성이 분명히 필요하다. 지금 현재 가장 시급한 게 정치를 복원하는 일"이라고 했다.
5선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여야 모두에 쓴소리를 남겼다. 서 의원은 "누구 탓에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다들 알고 있다. 나를 포함해 정치한다는 사람들 모두의 책임"이라며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만들고 부추긴 증오와 분열이 정치를 폭력으로 몰아갔다. 민주당의 반명(반이재명)이니 비명이니 친명이나 하는 행태나 국민의힘에서 누가 누구의 핵관(핵심관계자)이냐 아니냐를 감별하는 행태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했다.
서 의원은 이어 "내가 배웠던 정치는 이렇지 않았다"며 "갈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보고 물어보고 풀어낼 방안이 무엇이 찾아보는 과정이 정치다. 토론하고 설득하고 타협하고 협의하는 게 정치의 본령"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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