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오너 경영 막 내렸다… ‘남양유업 새 주인’이 안을 숙제는?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4일 한앤코가 홍원식 회장과 그 가족 등 3명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 회장은 2021년 5월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보유한 회사 지분 일체(52.6%)를 주당 82만 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외식사업부 매각을 제외한다는 합의를 지키지 않고 오너 일가에 대한 예우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같은 해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 측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양측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한앤코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의 경영권이 넘어가게 됐다.
외환위기도 견딘 우량기업, 갑질 논란 후 적자기업으로
남양유업은 지난 1964년 홍 회장의 부친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창업했다. 한국전쟁(6‧25전쟁) 이후 아기들에게 제대로 먹일 것이 없던 현실을 안타까워한 홍 명예회장은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신념 아래 국내 최초의 분유업체를 세웠다.
남양유업은 우리 기술로 분유와 우유를 생산하고, 요구르트와 치즈 등 다양한 유제품들을 선보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1971년부터는 전국 단위의 ‘우량아 선발대회’도 후원에 나섰다. 대회 장면이 TV로 중계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제1회 대회에는 육영수 여사가 행사장에 참석하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13년. 홍 명예회장이 2010년 별세한 후 3년 만이다. 대리점 갑질 사건 여파로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2013년 175억 원, 2014년 260억 원 연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남양유업의 실적은 2013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5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또다시 사건이 터졌다. 창업주 외손녀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도 크게 훼손된 것이다. 경영진은 남양유업 경영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앞선 논란들과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다. 아슬아슬하게 흑자를 유지했던 남양유업의 실적은 2020년 700억 원대 손실로 곤두박질 쳤다. 1조 원 매출의 신화도 같은 해 막을 내렸다.
경영 정상화에 속도… 올해 흑자 전환 이룰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한앤코가 기존 남양유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 등으로 영역을 넓힌 경쟁업체들과 달리 남양유업은 경영권 분쟁으로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 케어푸드 등 기존 추진하던 신사업을 보다 확대할 전망이다.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단백질 음료 등 신사업 카테고리 제품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또 대형마트 등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하면서 각종 비용을 절감, 효율화 효과를 봤다. ‘오너 리스크’가 해소된 올해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사명 변경 가능성도 있다. ‘남양’이라는 사명이 창업주 일가의 본관인 남양 홍 씨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리점 갑질과 창업주 외손녀 마약 사건, 불가리스 사태 등으로 60년 프리미엄보다 ‘주홍글씨’ 측면이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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