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父女 사건 재심 개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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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던 백모(73)씨 부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광주고법 형사2-2부(부장 오영상·박성윤·박정훈)는 4일 백씨 부녀의 살인 혐의에 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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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던 백모(73)씨 부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광주고법 형사2-2부(부장 오영상·박성윤·박정훈)는 4일 백씨 부녀의 살인 혐의에 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재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백씨 부녀에 대한 형(刑) 집행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백씨 부녀는 이날 오후 전남 순천교도소와 청주교도소에서 각각 석방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문에서 "백씨 부녀에 대한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되고, 백씨가 막걸리를 구입하기 위해 화물차량을 타고 이동한 경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 자료 등이 새로 발견됐다"며 "이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 관련 죄를 범한 경우로 재심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은 백씨 부녀가 2009년 7월 6일 오전 순천시 황전면 자신의 집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 한 병을 아내이자 엄마인 최모(당시 59세)씨에게 줘 최씨가 이를 마시고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백씨와 막내딸(40)은 2010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011년 11월 항소심에서 무기 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백씨 부녀는 이듬해 3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백씨 부녀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줄곧 검사가 자신의 의도대로 진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백씨는 당시 "검찰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갑자기 아내가 죽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이에 재심 결정 재판부도 "수사 검사가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며 유도 신문하는 것은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위법한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 초동 수사 당시 수집된 백씨의 화물차 관련 CCTV 자료가 새로 발견된 것도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고 봤다. 백씨 부녀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재심 심리 과정에서 "CCTV 분석 자료 등 증거 73개가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장에서 백씨가 7월 2일 오후 6시 화물차를 몰고 나가 막걸리를 구입했다고 밝혔으나, 백씨 마을 앞에 설치된 CCTV엔 7월 5일 오전 7시 28분 단 한 차례만 촬영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사는 재심 심리 재판 과정에서 이를 반박할 수 있는 CCTV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백씨 부녀에 대한 유죄 판결은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심 개시 결정과 함께 형집행정지를 함께 내린 것은 그만큼 검찰 수사 절차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재심 재판이 열리면 공권력이 얼마만큼 잔인할 수 있는지를 최대한 드러낼 수 있도록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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