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거꾸로 간 저출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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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저출산 극복에 들인 노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성적표만 놓고 보면 헛돈 쓰고 엉터리 대책만 남발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조만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저출산 대책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재정 지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관료들의 탁상행정, 책으로 세상을 공부한 학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 빚어낸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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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위한 근본대책 아니라
출산 이후를 위한 지원정책
결혼과 출산은 자연의 섭리
비용으로 인식하니 더 꼬여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통상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이어야 한다는데 절반도 안 됐다는 거다.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낮다고 하지만 한국은 유별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꼴찌다.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출산율 5~6명을 찍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전 세계 236개국 중에서도 235위다. 재작년 통계로 대한민국 사망자는 37만3000명인데, 출생자는 24만9000명이었다. 한 해에 인구 12만4000명이 소멸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이 같은 상황을 두고 21세기판 흑사병이라고 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집단 자살 사태와 비슷하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를 걱정도 안 하고 신경도 안 쓴 것이 아니다. 이미 2005년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 17년간 323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2002년도 50만명이던 출생자 수가 2023년도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저출산 극복에 들인 노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성적표만 놓고 보면 헛돈 쓰고 엉터리 대책만 남발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에 더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조만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쯤 되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근본적으로 뜯어봐야 한다. 똑같은 대책, 강도를 높이고 돈만 더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껏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저출산 대책을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그 이전 단계인 결혼을 모두 '비용'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결혼하면 집 싸게 주고, 애 낳으면 축하금 주고, 아동수당 주고, 양육비 주는 데 재정의 상당 부분을 썼다. 애 낳고 키우는 비용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인 것은 알겠는데, 그 돈으로는 태부족일뿐더러 젊은 사람을 돈 없어서 애 안 낳는 속물 취급하는 태도가 더 화나게 한다. 예전에 축하금, 아동수당, 양육비가 없을 때도 자녀는 더 낳았다. 곧 나올 주요 저출산 대책은 육아휴직 현실화라고 한다. 이 또한 육아에 들어가는 노동과 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해 고용주나 기업더러 책임지라고 하는 취지다. 그렇게 따지면 직장이 없는 사람이 애를 더 낳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누가 육아휴직을 가기 위해 애를 낳겠나. 육아에 필요한 노동력과 시간을 사회 전체가 나눠야 하는 것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자녀와 부모가 교감하고 정서를 나누며 그 과정에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출산의 근본적인 이유여야 한다.
이제까지 나온 저출산 대책들은 출산 이후를 지원하는 대책이지, 출산 자체를 촉진하는 대책은 아니었다. 결혼과 출산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경제적 지원을 늘리는 것은 마땅하지만, 돈만 더 주면 너도나도 결혼하고 애 낳아 잘 기를 것이라는 건 큰 착각이다. 출산과 육아는 비용이기 이전에 종족 보존의 자연 이치, 종교적으로는 신의 섭리, 인간적으로는 축복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이를 비용으로만 취급하면 백약이 무효다.
저출산 대책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재정 지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관료들의 탁상행정, 책으로 세상을 공부한 학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 빚어낸 결과로 보인다. 역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수장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국회의원 아니면 교수다.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숭고한 임무라고 받아들이길 기대하는 것이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을까.
[이진명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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