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전기차와 캐즘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4. 1.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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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했으나 증가율 자체는 2022년 75.2% 대비 반 토막 났다.

전기차 시장 둔화는 1차적으로는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고 동네 곳곳에 충전소가 들어선 다음에 사겠다고 하거나, 다수가 전기차로 바꿔 내연기관차 운영이 불편해졌을 때 구입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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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했으나 증가율 자체는 2022년 75.2% 대비 반 토막 났다. 블룸버그는 올해 증가율을 20% 안팎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다시 한 번 반 토막 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최근에는 미국 전기차 재고가 4개월분으로 사상 최대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는 1차적으로는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혁신 기술이 대중에게 수용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캐즘(chasm)'이라고 한다. 캐즘은 본래 지질학 용어로, 땅이나 얼음 속에 난 깊은 틈을 일컫는다. 마케팅에서는 신제품이 시장에서 대중화되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거나 정체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

캐즘은 소비자 집단이 단절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신제품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앞선 사용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어느 정도 신제품에 관심이 있지만 실용성에 더 무게를 두거나, 신제품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린 후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다수다. 주류 소비자들은 급격한 변화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고 동네 곳곳에 충전소가 들어선 다음에 사겠다고 하거나, 다수가 전기차로 바꿔 내연기관차 운영이 불편해졌을 때 구입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수적이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다수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새로운 운전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노력을 훨씬 뛰어넘는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전기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내리고 기술 혁신을 통해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의 제약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정부 차원의 충전 인프라 확충 노력도 필요하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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