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정신감정서 “심신미약 추정”…유족 “감경 없는 엄벌을”
검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아냐” 반박
지난해 8월 발생한 ‘분당 흉기난동 사건’의 피고인 최원종(23)에 대한 정신감정에서 ‘조현병으로 인해 사물변별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부장판사 강현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는 국립법무병원이 작성한 최원종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통보서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2차 공판에서 최원종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나,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조현병이 의심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정신감정을 신청한 바 있다.
정신감정 결과 “범행 당시 피고인은 사물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였다. 정신과적 치료가 없으면 망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조현병이 지속될 수 있어 재범의 위험이 크다. 다만, 반사회적 성격장애 요건은 충족하지 않는다”라는 소견이 제시됐다.
정신감정 결과를 받은 피고인 측 변호인은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현병이 지속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나온 점, 장기간 수형생활이 불가피한 점 등 고려해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검찰은 국립법무병원 측의 정신감정 결과에 대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혔던 기존 주장대로 “범행 당시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앞서 최원종을 기소할 당시 “피고인은 주식 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정도의 학업능력을 갖춘 점, 범행 수일 전 심신미약 감경을 검색하기도 했다”라며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범행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최원종의 가족과 친구, 정신과 담당의 등 참고인 25명을 조사하고 전문의 자문을 종합해 심리상태를 분석한 결과, 최원종은 망상에 몰두해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감을 갖고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인 것으로 봤다.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받은 뒤 범행 직전까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홀로 살며 망상증세를 보이던 최원종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사건으로 숨진 피해자의 유족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도 했다. 최원종의 범행으로 숨진 A씨(사건 당시 20세)의 아버지는 “최원종은 망상에 의한 범죄꾼이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반사회인 일뿐”이라며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아내를 잃은 B씨도 법정에서 “흉악범죄 살인자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법이 약해지면 이런 사건은 반복될 것”이라며 “감경 없는 엄벌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18일 피고인 신문을 하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같은 날 검찰의 구형도 진행된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3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은 뒤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최원종의 범행으로 시민 2명이 숨졌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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