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화법` 동원한 이복현… 태영 오너가 직격

“약속 안지켜 신뢰 추락…네 가지 자구안 실효성 없거나 부족해”
“대주주 일가 자금 파킹 의심돼…태영에 현금 우선 투입해야”

워크아웃을 신청한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 <연합뉴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성패를 가르는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오너 일가의 자구계획', '남의 뼈를 깎는 방안' 등 고강도 발언을 쏟아 냈다. 태영의 자구안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 것이다. 간접화법으로 에둘러 상대를 압박하는 그동안의 금융당국 수장들과 달리 검사의 화법을 동원해 태영건설 오너 일가를 직격했다.

태영건설이 자구안으로 제시한 사항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네 가지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이러한 자구안으로는 채권단을 설득하기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영건설 오너 일가의 행보를 보면 워크아웃 신청 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가 떨어지는대다, 내놓은 자구안의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에 대해선 "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공격적인 문구도 활용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에 대해서는 현금성 자산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를 경계했다. 이 원장은 "대주주 일가가 필요한 급한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대주주 일가의 채무변제보다 태영에 현금을 우선 투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가능성도 낮아 자구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에코비트는 건실한 기업이지만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기타 대주주가 있어 매각 걸림돌이 있다"며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다"고 했다.

채권단 신뢰가 떨어지는 행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태영건설 입장은 외담대가 태영이 갚아야할 금융 채권인데, 이를 갚으면 다른 채권자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 원장은 "외담대를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외담대가 망가지면 채권 형태의 자금 유통이 불가능해진다"며 "워크아웃의 대전제인 신뢰를 첫 시작 단추부터 무너뜨렸다. 감정으로 호소할 일이 아니고 이성적인 숫자로 해결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 원장은 방송법상 제약을 이유로 SBS 지분을 매각하기 어렵다는 태영 측 입장에 대해서도 탐탁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안으로 모기업인 TY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방법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TY홀딩스는 상장법인인 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당국은 워크아웃에 대해 답을 최종적으로 제시하거나 채권단에 무리하게 동의하라고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 불신이 있는 지점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오늘 간담회도 당국 입장을 가감 없이 말해서 꼬인 실타래를 푸는 데 일말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태영건설 측은 "전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잔액(259억원)을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 등에 마저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영건설 연대보증 리테일 채권 상환 관련해 "TY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호도하는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