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부패문화의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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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부정(不正)과 부패(腐敗)를 구별하지 않고 '부정부패'라는 단일 개념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정과 부패는 매우 다른 현상이므로 구별해야 할 개념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대책도 달라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승진을 하려면 뇌물을 주어야 하는 현상은 부정이 아니라 부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부정이 개별 사건에서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부패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구조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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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부정(不正)과 부패(腐敗)를 구별하지 않고 '부정부패'라는 단일 개념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정과 부패는 매우 다른 현상이므로 구별해야 할 개념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대책도 달라야 한다. 부정은 개별적 사건에서 일어나는 예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실적에 따라 승진하는데 실적이 미달한 특정인이 뇌물을 써서 승진하는 건 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승진을 하려면 뇌물을 주어야 하는 현상은 부정이 아니라 부패라고 할 수 있다. 즉 부패는 잘못된 관행이 사회에서 (예외적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부정이 개별 사건에서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부패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구조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부정은 특정 부위의 암이라면, 부패는 전이되어 온몸에 퍼진 암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1990년대 초에 한국에서 변호사를 시작했을 때의 애로는 법원의 가처분 사건이나 등기 사건에 소위 '급행료'라는 관행이 있어서 신청서에 일정액의 현금을 끼워넣지 않으면 신청 서류가 판사실에 신속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긴급을 요하는 가처분이나 가처분 등기가 빨리 되지 않으면 고객에게 큰 손해가 날 수 있는데 급행료를 주지 않고 해결하려니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이런 현상이 바로 부패라고 할 수 있겠다.
부정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 그 사회의 생태계 일부로서 문화가 되어버린다. 부정은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인식이라도 하지만, 부패는 문화의 일부가 되어 그런 인식도 못하게 된다. 암처럼 모든 부패는 개별적 부정에서 자라난다고 할 수 있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낳는다"는 성경말씀처럼 부정이 부패가 되고 부패가 사회 각 분야에 만연하면 그 사회는 망할 수밖에 없다. 조선이 그렇게 망했고 로마제국도 다 그렇게 망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부정이 부패가 되기 전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미 부패가 뿌리내린 경우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부패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문화로 수용되고 있는 구조적 현상이므로 몇 사람을 개별적으로 처벌함으로써 제거할 수는 없다. 부패는 생태계의 문제이므로 그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구조적 처방을 찾아야 한다. 앞서 본 법원의 급행료 문제는 민사소송과 등기의 모든 절차를 전산화함으로써 해결되었다. 과거 세무행정의 부패 관행도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세무신고를 전산화함으로써 많이 해결되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등기실명제 등 제도의 구조적 개혁으로 뇌물수수나 탈세와 같은 많은 부패를 효과적으로 척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재 사고의 대책으로 채택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년간의 시행 결과 전혀 효과가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는 산재 사고의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 현안이 된 이익집단의 카르텔과 같은 부패도 그 부패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여 이를 다스리는 처방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명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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