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냄비' 생산 20년만에…운영조직 없어진 개성공단 재가동 '요원'

구교운 기자 최소망 기자 2024. 1. 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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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2004년 12월 냄비 첫 생산…남북관계 따라 불안정한 가동 반복
2016년 2월 전면 가동 중단·2020년 6월 공동연락사무소 폭파·北 무단가동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20년 6월17일 자로 보도한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구교운 최소망 기자 =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의 첫 제품 '통일냄비' 생산 20여년 만에 정부가 개성공단의 관리·운영을 담당했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하며 개성공단의 재가동도 요원해졌다. 남북 모두 개성공단을 '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여겼던 시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통일부는 4일 산하 조직인 개성공단지원재단의 해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8년여 만이다.

통일부는 재단 운영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북한이 재산권 침해를 계속하면서 지원재단의 업무 재개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사실상 단기간 내에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공단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개성공단지원재단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성공단의 관리와 운영을 담당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됐다.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된 이후에는 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개성공단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 장 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실무 협의가 시작돼 2003년 착공해 2004년 12월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개성공단의 첫 생산품인 냄비 1000점이 세상에 나왔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이 제품은 '통일냄비'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한의 경우 중소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 노동력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생산할 수 있고, 북한은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어 '윈-윈'(win-win)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자본주의 경제를 학습시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다만 남북관계에 따라 통행이 제한되거나 가동이 중단되는 등 불안 요소도 존재했다. 2009년 한미 연합훈련 '키 리졸브' 훈련 당시 통행이 금지됐고, 2013년 4월부터 9월까지 북한이 같은 이유로 근로자들을 철수하며 가동이 멈췄다.

남북의 대대적인 회담을 통해 공단은 가까스로 재가동됐지만, 이후에는 북한의 핵개발 고도화로 인해 다시 정세의 부침을 겪었다.

북한은 2016년 1월6일 4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2월7일에는 우주발사체 '광명성호'를 발사하는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도발을 이어갔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2월10일에 대북제재 이행을 발표하며 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공단의 재가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8년 남북이 다시 비핵화 협상으로 대화국면을 이어가며 공단의 재가동의 불씨가 살아났다. 남북은 그해 9월19일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간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사업의 재개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엔 다시 냉기가 돌았고, 2020년 6월엔 북한이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면서 사실상 공단의 생명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을 맞았다.

북한은 결국 지난해부터 개성공단의 일부 시설을 무단으로 가동하며 공단을 남북의 공간이 아닌 자신들의 경제개발구로 새로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4월 북한이 10여개의 남측 공장을 무단가동했다고 밝혔는데, 작년 12월엔 이 숫자가 30여개로 늘어났다. 개성공단을 한밤 중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불빛이 포착되기도 하는 등 북한은 공단을 밀도 있게 가동 중이다.

우리 측이 제공해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출퇴근 버스로 사용됐던 버스들도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정황이 수시로 포착됐다.

북한은 또 지난해 5월부터 폭파한 연락사무소 주변 잔해를 정리했으며 12월엔 연락사무소 건물의 완전한 철거를 진행하는 동향이 확인됐다. 공단 내 남한 설비 가동 확대 및 주변 정비를 통해 개성공단을 완전히 북한의 자산으로 구축하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가 재확인되는 모습이었다.

정부의 개성공단지원재단 해산 결정은 이러한 북한의 강경 행보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공단의 재가동에 전혀 미련을 갖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지난해에 꾸준히 남북관계에도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자 더 이상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대북정책의 현안으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통일부는 재단의 해산이 곧 개성공단의 '완전한 폐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공단 폐쇄는 입주 기업들의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인 데다 남한이 먼저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할 경우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재단 해산을 개성공단 폐쇄와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북한과 재단이 업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재단은 다시 설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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