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막내리나"…한앤코의 '뉴 남양유업' 환골탈태할까
"대리점 갑질·황하나 마약·허위 광고 등 실추 이미지 개선도 시간 소요"
[서울=뉴시스]구예지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막을 내렸다. 남양유업이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나 '환골탈태' 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코 간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1·2심과 마찬가지로 한앤코 측 손을 들어줬다.
한앤코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경영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은 그간 '대리점 갑질'과 '허위 광고'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왔다. 한앤코와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그간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남양유업 악재는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으로 시작됐다. 당시 남양유업이 지역 대리점들에 물량을 대량으로 밀어냈고 이는 '대기업 갑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면서 전국적인 소비자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2019년에는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다.
계속된 논란에도 오너 일가가 대처를 안일하게 해 남양유업의 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엔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에 홍 회장이 책임지고 사임하며 한앤코와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2021년 5월, 사임 과정에서 홍 회장은 한앤코와 본인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9월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홍 회장 부부의 '임원진 예우' 등의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한앤코는 이런 합의안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1·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누적된 기업 이미지 실추에 법적 다툼까지 더해져 남양유업은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손실액은 19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끝나고 한앤코가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올 수 있을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남양유업에 경쟁력 있는 제품이 많은 만큼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중론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불가리스를 비롯해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많은 회사"라며 "경영진이 바뀌면서 이미지가 개선되면 회사 상황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 역시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홍 회장과 한앤코간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분쟁이 여전히 남아있어 완전한 경영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판결이 나온 주식양도 소송과 별개로 홍 회장과 한앤코 사이에 위약벌 청구 소송이 남아있다.
위약벌이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정하는 벌금으로, 상대의 손해를 배상하는 위약금과는 다른 형태다.
홍 회장은 2021년 9월 한앤코와 맺은 주식매매계약이 해제되자 한앤코 측에 계약 불발의 책임을 묻겠다며 약 31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은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소송비용확정액을 둘러싸고 대법원의 재항고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한앤코도 남양유업에 경영권 이양 및 정상화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홍 회장 측을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그룹과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해지한 뒤 대유위니아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을 인수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320억원을 지불했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의 손배소 등으로 자금 압박이 상당한 상황에서 이날 대법원 판결로 경영권마저 상실하게 된 만큼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소송에서도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남양유업 지분 3%를 소유한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남양유업 이사회에 홍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 청구에도 대응해야 한다.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마무리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는 만큼 남양유업의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이미지 쇄신 등이 필요한데 한번에 되기는 어렵고, 유업계 자체가 불황이라 신사업을 구상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시간이 걸린다"며 "남은 법적 분쟁을 고려하면 경영 안정화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ri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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