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비둘기에 먹이 주면 과태료… 동물단체 “굶어죽으란 거냐”

최혜승 기자 2024. 1. 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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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비둘기들. /조선DB

동물보호단체가 비둘기에 먹이주기를 금지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비둘기는 굶어죽으란 소리”라며 반발했다. 단체는 먹이 금지 대신 불임 사료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평화의 비둘기를 위한 시민모임 등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둘기, 고라니 등 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한 야생동물보호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비둘기를 무작정 유해야생동물이라 지정해놓고 먹이를 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굶어 죽으란 소리와 같다”며 “유해야생동물 지정 제도는 인간 이기주의 정책으로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단체는 “비둘기는 1980년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행사에 수입해와 날려 수를 급증시키고 관리하는 것이 전혀 없다”며 “단순히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비둘기가) 먹을 것이 없어 음식물 쓰레기통을 헤매게 되고 이는 결국 민원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단체는 개체수 조절 방안에 대해 “불임 사료 급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스페인의 경우 불임 모이를 통해 55%나 개체수 감소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임 모이는 미국에서 생산을 하고 수입할 수 있다. 일반인들도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비둘기, 고라니 등 야생생물 먹이주기 금지한 야생동물보호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에서 각각 3000마리와 2400마리를 방사한 이후 개체 수가 급증했다. 비둘기 수가 늘며 배설물에 의한 오염이나 부식 등이 발생하고 각종 해충을 퍼뜨린다는 인식도 확산하면서 ‘닭둘기’ ‘쥐둘기’ 등의 오명도 얻었다.

환경부는 2009년 비둘기를 유해 동물로 지정했으나, 유해동물에 대해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0일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는 비둘기 등 환경부가 정한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2024년 12월 20일 이후 적용되며, 이에 따라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먹이를 주는 장소나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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