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노가다, 밤에는 포르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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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나이 넘어선 지도 몇 해 지난 지인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더니 대뜸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합니다. 국내 유수의 대학과 직장에서 엘리트 코스만 밟아 온 그는 ‘화이트칼라’의 전형입니다. 그런 그가 “제2의 인생으로 ‘누수 탐지 전문가’가 되는 걸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몸 쓰는 일이 나한텐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관련 직업 콘텐츠를 뒤적여보니 ‘낮에는 노가다 뛰고 밤에는 포르셰 타고 놀러다니는 남자’란 제목의 동영상까지 떠 있더군요. 더구나 배관공과 같은 직업은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인공지능(AI)의 침공에도 안전한 직업군에 속하니 지인의 꿈이 탁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현대차 생산직 모집 관련 최근 뉴스는 또 어떤가요.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일할 생산직 등 신규 직원 400명쯤을 뽑는데 수만명이 몰렸다는 소식입니다. ‘기름밥’ 피하려는 사회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 커버 스토리에선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블루칼라’를 다뤘습니다. 고령화 속도 빠른 선진국일수록 힘쓰는 젊은 사람이 귀해 육체 근로자 몸값이 오르고 있고, AI 발전으로 곱게 넥타이 매고 회사 다니던 ‘화이트칼라’부터 먼저 잘려나가는 글로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요지입니다. 블루칼라의 대역전극이 펼쳐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앞으로 화이트칼라니 블루칼라니 하는 전통적 직업 구분 자체가 모호해질 공산이 큽니다. 이미 고도의 정보·지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골드 칼라’에서부터 광고·패선 업계에서 창의적 일을 하는 ‘레인보 칼라’ 등 총천연색 칼라 시대가 개막 중입니다. 직업도 하나둘이 아닌 모바일을 활용한 스리잡 시대까지 열리는 세상입니다.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사람을 가르치고 일 시키는 세상은 2024년엔 더욱 멀어질 전망입니다. 올해는 노동이든 교육이든 개혁도 좀 하고, 더 많은 ‘뉴 칼라’가 창조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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