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송영길 구속기소…"정경유착" vs "검찰권 남용"(종합2보)
檢, 돈봉투 사용처 규명…宋 "尹 고발에 정치 보복"
(서울=뉴스1) 황두현 임세원 기자 =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가 4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수사에 착수한 지 9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공익법인을 사유화해 불법 정치자금 등을 수수, 정경유착 범행을 저지르고 당내 경선 과정의 매표 행위로 금권선거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송 전 대표 측은 검찰 기소를 윤석열 대통령 고발에 따른 보복으로 규정하고 "위법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송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 돈봉투·불법정치자금·뇌물수수 혐의
송 전 대표는 2021년 3~4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캠프를 운영하면서 부외 선거자금 6000만원을 교부받아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에게 총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2021년 5월2일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공모해 같은 해 3월30일 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으로부터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교부용 자금 1000만원을 수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 3월30일, 4월11일 두 차례 지역본부장 10명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총 650만원을 제공한 사실도 기재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송 전 대표가 강 전 감사 및 박용수 전 보좌관과 공모해 4월19일 경선캠프에서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부외 선거자금 5000만원을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아울러 4월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에게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합계 6000만원)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경선은 공직 선거와 달리 선거운동 관계자 및 선거인들에게 수당과 실비 등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 모두 금지된다.
검찰은 이같은 범행의 최종 수혜자를 송 전 대표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송 전 대표가 경선캠프에 유입된 부외 선거자금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고 매표를 위한 금품 살포를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다.
2021년 당대표 경선에서 송 전 대표는 35.6%를 득표해 2위 후보자를 0.59%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당법은 각자의 행위별로 혐의가 구성된다"며 "박용수 전 보좌관은 자신의 재량으로 돈봉투를 뿌렸다고 인정하는 상황이고 송 전 대표는 박 전 보좌관과 공모해 윤 의원에게 국회의원 살포용으로 돈을 제공한 것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자신이 설립한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2021년 7~8월에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소장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 명목으로 먹사연을 통해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쯤 정치적 조언자를 먹사연 소장에 부임시킨 뒤 측근으로 하여금 연구소 자금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먹사연은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규정된 방법과 한도로만 수수할 수 있으나 이처럼 법인 후원금의 형태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 "공익법인 사적 목적으로 악용…정당민주주의 훼손"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비영리법인이자 공익법인인 먹사연을 자신의 정치활동 지원조직으로 변질시켰다고 봤다. 연구소를 선거에 동원해 사적 목적으로 악용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력을 유지·확대하려는 정치권력과 이들을 통해 유무형 혜택을 기대하는 경제권력이 거액의 금품을 고리로 결탁했다"며 "최종 책임자를 구속기소해 정경유착 범행을 엄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돈봉투 살포 사건을 '선거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표 행위'로 규정하고 "헌법 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 선거의 불가매수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국회의원 교부용으로 제공된 돈봉투 20개의 구체적 사용처를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3일 윤 의원으로부터 300만원 등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허종식 민주당 의원을 소환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돈봉투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수사 개시 8개월만인 지난달 송 전 대표가 사건 정점에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윤석열 고발에 정치적 보복…영장심사 비정상 절차"
송 전 대표는 이날 대리인을 통해 '위법한 검찰권 행사는 정권 파멸의 서곡'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변호인은 "지난해 7월24일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직후 정치적 보복이자 별건수사로 7월27일 먹사연 후원 기업 사무실과 주거지 등 10곳이 압수수색 당했고 돈봉투 사건이 먹사연 사건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 "송 전 대표가 '언제나 수사에 응할 것이니 주위 사람을 그만 괴롭히라'고 했으나 강압적 수사 과정에서 2명이 사망했고 그중 1명은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송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변호인도 모르는 500쪽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검사가 법리구성을 변경하는 경우 판사는 영장청구를 기각하고 검사는 재청구하는 것이 보통인데 공소장 변경과 같은 절차가 없는데도 검사는 심문 이후 추가로 법리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은 변경한 법리구성에 관해 변호인 의견도 받지 않은 채 또다시 서류심사로 영장을 발부했다"며 "영장청구의 '실질심사'가 아니라 '형식심사'에 불과한 비정상적 절차"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무기평등의 원칙을 무력화하고 헌법이 보장한 진술거부권 행사를 방해하며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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