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김선빈, KIA와 3년 30억에 계약… "KIA 남고 싶었다" 종신 타이거즈 길 열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 내야의 핵심인 김선빈(35)이 생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를 마무리했다. 두 번째 FA에서도 김선빈의 선택은 KIA였다. 나이와 계약 기간을 고려하면 ‘종신 타이거즈맨’으로의 길도 열렸다는 평가다. KIA는 현안이었던 내부 FA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이제 외국인 투수 확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IA는 보도자료를 내고 ‘KIA 타이거즈가 내야수 김선빈과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KIA의 발표에 따르면 계약 기간 3년에 총액 30억 원의 FA 계약이다. 김선빈은 이 기간 계약금 6억 원, 연봉 합계 18억 원 등 총 24억 원을 보장받는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3년 총액 6억 원으로 총액 30억 원의 계약이다.
김선빈은 2020년 당시 첫 번째 FA 자격을 얻어 KIA와 4년 40억 원에 계약한 바 있다. 두 번째 FA 자격에서도 KIA와 계약하면서 팀 내 가치를 인정받았다.
KIA는 김선빈에 대해 ‘2008년 KIA에 입단한 김선빈은 KBO 리그 15시즌 동안 통산 1509경기에 출전, 1506안타, 타율 0.303, 564타점, 691득점, 149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0.320의 높은 타율과 134안타, 48타점, 41득점을 기록했으며, 지난 2년간 팀의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계약을 마친 김선빈은 “무엇보다 KIA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계속해서 타이거즈 팬들의 응원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 전까지 운동에 전념하며 팀이 꾸준한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비록 주장직은 내려놓았지만 고참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팀이 가을야구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심재학 KIA 단장도 계약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심 단장은 계약 후 “김선빈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다. 원클럽맨으로 타이거즈에서 꾸준히 활약한 프렌차이즈 선수인 만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KIA는 김선빈의 계약으로 올해 나왔던 팀 내부 FA를 모두 잡으며 FA 시장에서는 사실상 철수했다. 장이 열리자마자 좌타자 고종욱과 2년 총액 5억 원에 계약했었고, 이날 김선빈과 계약도 마무리했다. KIA는 외부 FA 시장에는 큰 관심은 없는 상태로, 현재 기조가 이어진다면 2024년 FA 시장에서는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 생각보다 오래 걸린 협상, 그래도 김선빈은 KIA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2023년 시즌 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선빈은 애당초 KIA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결정적으로 김선빈이 팀을 떠나기보다는 KIA와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KIA도 30대 중반이 되기는 했지만 김선빈의 가치가 여전히 크다고 봤다. 팀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고, 당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전 2루수였으며, 아직은 후배들이 넘볼 수 없는 실적과 아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지난해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김종국 KIA 감독은 “김선빈이 필요하다”면서 계약을 기다리기도 했다.
계약까지 가는 과정은 시간이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다. KIA는 시즌이 끝난 뒤 김선빈 측과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 간단히 서로의 의중을 묻는 자리부터 시작해 논의를 심화시켜 나갔다. 계약에서 항상 있는 일이지만, 처음에는 양쪽의 의견이 조금은 달랐다. 이에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서로가 시간을 가지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결국 계약은 해를 넘겼다.
김선빈으로서는 실적을 내세울 수 있었다. 장타를 가진 선수는 아니지만, 김선빈은 리그 정상급 콘택트 능력을 가진 선수다. 여전히 공격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유감 없이 과시 중이었다. 실제 김선빈은 2008년 1군 데뷔 후 KBO리그 1군 통산 타율 0.303을 기록 중인 정교한 타자였다. 한 시즌 타율 3할을 기록하기도 어려운데 통산 타율이 3할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119경기에서 타율 0.320, 출루율 0.381을 기록하면서 팀 라인업에 여전히 중요한 몫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을 증명했다.
다만 KIA도 이 모든 것을 챙겨주기는 어려웠다. 김선빈의 가치와 그간의 공헌도는 인정하지만, FA 협상은 미래도 봐야했기 때문이다. 김선빈은 올해 35세의 나이다. 내야수로서 어쩔 수 없이 수비 공헌도는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곡선이다. 이 때문에 첫 FA 협상과 같이 4년 계약이나 그에 비례하는 총액 규모를 맞춰주기는 어려웠다. 양쪽 모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크지는 않았다는 게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계속해서 만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견을 좁히기 시작했고, 서로서로 한 발씩 양보했다. 계약 기간과 총액 규모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분위기로 흐르자 보장 및 인센티브 비율 조정을 놓고 최종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KIA는 당초 제안보다는 보장 금액 비중을 조금 더 높이는 수정안을 제안했고, 어차피 이적보다는 잔류를 생각했던 김선빈도 그 정도 선에서 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4일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3년 30억 계약은 KIA 쪽에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선빈이 2023년만한 공헌도를 이어 간다면, 최근 기준으로 봤을 때 보장 24억 원의 가치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인센티브 6억 원은 그만큼 잘하면 가져가는 것이니 KIA도 손해는 아니다. 여기에 더그아웃에서의 리더가 필요한 상황에서 김선빈은 그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고, 장기적으로는 좋은 지도자감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 종신 타이거즈 길 열렸다, 3년 내 타이거즈 역사도 바꾼다
화순초-화순중-화순고를 졸업한 김선빈은 2006년 KIA의 2차 6라운드(전체 43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당시 기량보다는 프로 야구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작은 체구가 더 화제를 모았으나 곧 실력으로 모든 잡음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에서의 담금질을 거쳐 2008년 1군에 데뷔해 112경기에 나갔다. 점차 팀의 주전 유격수로 성장한 김선빈은 안치홍과 더불어 팀의 키스톤 콤비를 맡으며 경력을 쌓아 나갔다.
김선빈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은 군 복무를 마친 뒤인 2017년부터다. 2017년 137경기에서 신들린 콘택트를 보여주며 타율 0.370, 출루율 0.420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이후에는 2루수로 전향해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이후 꾸준한 콘택트 능력으로 팀 타선에 기여했다. 통산 타율 0.303, 통산 출루율 0.375를 기록 중이다. 근래 들어서도 부상이 문제였지 타격에서 문제를 드러낸 적은 기억이 많지 않다.
KIA도 김선빈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10년 이상 KIA의 내야를 지킨 김선빈의 나이도 이제는 30대 중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KIA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내야 선수층 강화였다.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김선빈의 이적을 염두에 둔 움직임은 아니었다. 김선빈이라는 우산이 아직 건재할 때, 젊은 선수들을 키워 순조로운 세대교체에 나서겠다는 그림이었다.
그러려면 절대 상수인 김선빈 자체가 팀에 남아있어야 했다. 수비 범위가 예전보다 다소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KIA는 이번 김선빈의 계약으로 박민 윤도현 김규성 홍종표 등 젊은 내야수들이 성장할 때까지의 시간을 벌 수 있는 효과를 품에 안았다.
한편으로 김선빈은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넘어 ‘종신 원클럽맨’이라는 쉽게 잡을 수 없는 호칭으로 가는 길이 열렸던 평가다. 김선빈은 2006년 지명 이후 군 복무 기간을 빼면 단 한 번도 타이거즈 유니폼을 벗어본 적이 없다. 김선빈의 계약은 35세부터 37세까지를 아우르는 계약이다. 김선빈이 3년 계약 동안 경쟁력을 과시한다면 그 이후로도 단년 계약, 혹은 비FA 다년 계약으로 팀과 인연을 이어 갈 수 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 김선빈이 꼭대기에 오를 가능성도 굉장히 커졌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야수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전설적인 레전드 이종범이다. 이종범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총 1706경기에 나갔다. 2위는 장성호로 1607경기다. 장성호는 통산 2064경기에 나갔지만, 이는 한화‧롯데‧kt에서의 출전 경기 수가 포함된 것이다.
김선빈은 1군 통산 1509경기에 나갔고, 이는 타이거즈 야수 역사상 이종범 장성호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큰 부상이 없다면 올해는 장성호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2년 내에는 이종범의 기록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최다 안타(1506개) 또한 이종범(1797안타), 장성호(1741안타)에 이은 3위인데, 계약 기간 내 넘어설 확률은 충분하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 KIA의 남은 오프시즌 화두는?
KIA는 팀 FA 시장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김선빈 잔류에 성공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2024년도 연봉 협상도 비교적 순조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숙제를 다 끝낸 것은 아니다. 아직 풀어야 할 상황이 더 있다. 대표적인 게 외국인 투수 영입이다. 외국인 타자인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재계약하며 3년 동행에 합의한 KIA지만, 아직 외국인 투수들과 계약하지 못했다. 그것도 두 자리 모두 비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큰 고생을 한 KIA였다. 시즌 전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를 선호하며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를 영입한 KIA는 두 선수의 들쭉날쭉한 경기력에 고민한 끝에 외국인 투수 두 자리를 모두 바꾸는 결단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2022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토마스 파노니, 그리고 대만 리그 최고 투수였던 마리오 산체스를 영입했으나 두 선수의 활약도 시원치 않았다.
KIA는 일단 파노니는 보류선수명단에 넣고, 산체스와는 일찌감치 결별을 택했다. 일단 메이저리그 투수 시장을 살피며 파노니보다 더 좋은 투수를 영입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정작 메이저리그 투수 시장이 얼어붙어 KIA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상당수 팀들이 일본 무대로 선회한 가운데, KIA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좋은 선수를 뽑겠다는 판단 하에 속도가 느렸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보험으로 여겼던 파노니가 미국으로 유턴했고, KIA는 이제 무조건 두 외국인 투수를 새로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유력 우선 후보자로 뽑히던 선수가 메디컬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 또한 어느 정도 결심이 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외국인 선수 모두 파노니와 같은 피네스 유형보다는 앤더슨이나 메디나와 같은 구위형에 조금 더 가깝고, 팀 토종 선발진이 좌완(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으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해 우완 두 명을 일단 최종 후보로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이번 주 외국인 투수들과 계약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봉 협상에서는 팀의 핵심 타자인 최형우와 비FA 다년 계약 문제가 남아있다. 삼성의 핵심 타자로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선보이던 최형우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FA 계약을 하며 이적했다. 4년간 뛰어난 성과를 거둔 최형우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KIA와 3년 계약을 하며 지난해까지 활약했다.
FA 자격은 4년을 뛰어야 채워지는 만큼 최형우가 다시 FA 자격을 얻으려면 2024년까지 건강하게 뛰어야 한다. 하지만 KIA는 어차피 최형우가 2024년 시즌 뒤 FA 시장에 나와도 협상을 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비FA 다년 계약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선수도 안정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형우의 나이를 고려하면 2년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최형우 또한 자신의 은퇴 시점을 고려한 계약 기간을 설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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