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타격에 하마스 넘버3 폭사, 이스라엘 '전쟁 3단계' 전환"
전쟁비용 우려·네타냐후 비판 고조 등 내부 여론도 변화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3인자 피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고 레바논에선 접경지역을 공격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수도 베이루트까지 공습한 것은 전쟁 양상의 변화를 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전쟁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한동안 잦아드는 듯했던 정부 비판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척 프레일리히는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전쟁 3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초기 대응이 1단계, 가자지구 내 공중·지상전이 2단계라면 이제는 미국이 초기부터 주장한 것과 가까운 새로운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근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차별한 폭격과 시가전 중심의 고강도 전면전 대신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과 특수작전 중심의 저강도 전투로의 전환을 촉구해왔다.
전날 베이루트에서는 정체불명의 무인기 공격으로 하마스의 정치국 부국장이자 전체 서열 3위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우리가 사망했다.
하마스와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스라엘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알아우리가 이스라엘 암살 목록에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소행이 맞다면 이는 이전의 공격 양상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여왔지만 수도 베이루트까지 넘어가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선언하면서 명시했던 목표 중 하나인, 하마스 지도자들이 '어디에 있든 간에' 없애겠다는 선언은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이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에서는 더 큰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려면서도 이를 이행하려는 듯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이미 이스라엘군은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레바논 접경지역을 따라 군대와 전차를 대량 집결시키고 인근 주민 7만여명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헤즈볼라와 빈번하게 교전을 벌이면서도 베이루트 공격까지 가지는 않았다.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주민들은 공격이 발생할 경우 피난 계획을 세우라는 권고를 받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서 병력 축소로 레바논으로 더 많은 자원을 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알아루리 죽음 이후 "우리는 어떠한 시나리오에도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전선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지에서 네타냐후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히브루 대학의 정치 과학자 게일 탈시르는 "새로운 국면을 보고 있다.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 내각 내부의 분열도 커지는 듯 보인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이들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미 정부 구상에 열린 입장을 표명해왔던 인물이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간츠 전 장관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그는 전쟁이 잦아들 때까지 하마스 기습 공격을 둘러싼 조사와 정치적 논쟁은 미뤄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병력 축소로 이제 그가 움직일 준비가 됐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탈시르는 "간츠 전 장관이 전시 내각을 떠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점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가자의 상황이 안정되면서 그런 일이 더 가능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 두 번째 전선을 갖게 된다면 모든 것은 다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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