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기상정보 제공’ 2차대전 역사 바꾼 여성, 100세로 별세

김명일 기자 2024. 1. 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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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스위니(오른쪽)와 남편(왼쪽). /BBC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결정적인 기상 정보를 제공해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아일랜드 여성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BBC 등 보도에 따르면 모린 스위니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17일 아일랜드의 한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스위니는 1942년부터 아일랜드 북서부 지역에 있는 블랙소드 포인트(Blacksod Point)의 외딴 해안 마을 우체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우체국은 기상관측소 역할도 했는데, 스위니의 업무 중에는 날씨 데이터를 기록하고 전송하는 일도 있었다. 스위니는 자신이 기록한 날씨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지만 부지런히 맡은 업무를 해냈다.

사실 스위니가 제공한 날씨 데이터는 연합군이 히틀러의 독일군으로부터 유럽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짜는데 이용됐다. 바로 1944년 프랑스령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디데이(D-Day)를 정하는 데 해당 데이터가 이용된 것이다.

당시 아일랜드는 중립국이었지만 영국과 기상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합군을 돕고 있었다. 유럽의 북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아일랜드는 대륙으로 향하는 날씨에 대해 미리 감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블랙소드 포인트는 그 중에서도 최적지였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계획을 주도한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16만명 이상의 병력, 약 1만2000대의 항공기, 약 7000척의 해상 선박을 파견하기로 했고, 당초 디데이를 6월 5일로 잡았다.

보름달이 떠 시야가 확보되며 썰물이어서 해변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인공위성이나 컴퓨터 등이 없어 원시적인 수준의 기상 예보에만 의존해 작전을 짜야 했다.

스위니는 평소 6시간마다 기상 보고를 했지만, 작전을 앞둔 시기에는 한 시간마다 기상 보고를 해야 할 정도로 업무지시가 많이 내려왔다.

스위니는 21번째 생일인 1944년 6월 3일 야근을 하다가 기압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알게 됐다. 이는 폭풍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 보고는 영국 기상본부에도 전달됐다. 같은 날 아이젠하워 장군은 영국에 있는 기지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영국군 기상학자인 제임스 스태그는 스위니의 보고에 근거해 악천후가 예상된다며 작전을 하루 연기하라고 조언했고 아이젠하워 장군은 조언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6월 5일에는 강풍이 부는 등 기상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후 일부 평론가들은 연합군이 6월 5일에 작전을 강행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6월 6일에는 날이 맑아졌다. 연합군은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했다.

영국 참전용사 조 카티니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스위니에게 많은 빚을 졌다”며 “작전 당일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우리는 폭풍 속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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