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내가 본 고우석은 긁지 않은 복권”···KBO 마무리의 ML 성패, 전문가 4인이 답했다[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1. 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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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 오승환, 정민태···해외리그 출신 레전드 투수들에게 물었다, 고우석의 미래를.
LG에서 뛴 고우석


고우석(26)이 메이저리거가 됐다. 샌디에이고는 4일 고우석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보장 계약은 2년 간 450만 달러다. 여기에 상호 옵션이 1년 추가된다. 2년 간 성적에 따른 옵션을 채우면 2026년 계약이 발효된다. 연봉은 올해 175만 달러, 내년 225만 달러, 2026년 옵션이 발동돼 계약이 연장되면 연봉 300만 달러를 받는다. 세부 옵션에 따라 3년 간 240만 달러의 보너스도 추가된다.

보장 계약은 2년 450만 달러지만, 첫 2년간 성공을 거둔다면 3년 간 보수는 옵션 실행시 바이아웃 50만 달러를 제외한 940만 달러가 된다. 보장계약만 보면 적은 편이지만 3년차 계약까지 갈 경우 메이저리그에서도 불펜 투수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평가받는다.

불과 며칠 전까지, 대다수가 딱히 상상하지 않았던 ‘메이저리그 투수 고우석’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고우석에 붙은 물음표···과연 강심장인가


일단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고우석이 그동안 거둔 기록과 성과 속에는 특히 단기전에서 몇 차례 강렬한 한 방을 얻어맞고 물러난 기억이 있다. 올시즌 성적 역시 대단히 좋지는 않았기에 실제 메이저리그 진출이 성사되자 ‘반전’이라는 표현도 따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을 오래 지켜본 한 투수 전문가는 “100% 성공한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을 것”이라며 “그간 KBO리그에서 동점 혹은 1점차 세이브 성공률이 좋지 않았다. 강한 심장을 가진 투수는 아니라고 본다. 신체 조건에 있어서도 그동안 미국 가서 성공한 투수들과 달리 왜소한 점 역시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20대 중반의 지금 진출한 고우석의 선택은 맞다고 보고 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는 것은 맞는 선택이라고 본다. 초반이 중요하다. 처음에 이런 저런 얘기를 옆에서 많이 들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 6개월 정도는 자기가 가진 강점을 앞세워서 자기 패턴으로 던져보고 그게 안 될 때는 수정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어린 투수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그곳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라고 본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다면 던지고 싶은대로 던질 수 있어서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보는데 그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고우석의 계약에는 옵션이 발효되는 3년째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된다. 보장 계약 기간 2년 동안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채로, 기회를 얻었을 때 최선을 다해 던져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최상으로 던져보고 수정을 해야 하는데 마이너리그행 가능성을 두고 경기해야 한다면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ML 경험 선배들, 구위는 가서도 통할 것···직구 말고 고우석의 변화구도 보라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다녀온 ‘선배’들은 현재 고우석의 구위와 정신력이면 통할 수 있다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구위다. 최고 157㎞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고 평균구속도 150㎞ 중반까지 유지하는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 대표적인 투수다. 지금껏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미국에서도 그 강점이 통할지가 가장 변수다. 해외 리그를 경험한 투수 선배들은 고우석 하면 떠오르는 직구보다 변화구에 오히려 주목하고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1세대인 서재응 전 KIA 투수코치는 오승환(삼성)이 일본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갈 때도 많은 이들이 갸우뚱 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서재응은 “당시에도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 다들 오승환이 직구 하나만 갖고 간다고 우려했었다. 그때 직구가 워낙 어마어마하기도 했지만 오승환도 가서 스위퍼 형식의 변화구를 던지면서 성공했다. 지금 고우석은 구종 가치가 전체적으로 A급 정도로는 올라온 투수다. 결정구가 있다. 직구가 워낙 좋고 슬라이더 각도 매우 좋은 편”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고우석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가는 첫 불펜 투수다. KBO리그에서 마무리로 성공한 뒤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한 오승환의 뒤를 잇는다. 오승환은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서 드러낼 가치를 매우 높게 보고 있다. 고우석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가는 고우석을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했다.

샌디에이고 SNS


오승환은 “나는 성공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본다. 고우석이 미국에 가면 얼마나 터질지 진짜 모르겠다.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고우석은 전성기가 채 오지도 않은 투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면 구속이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고우석이 변화구에도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승환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우석이 변화구가 진짜 좋다. 빠른 직구에만 주목하는데 내가 보는 고우석 변화구는 컨트롤만 조금 더 완전히 잡히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 이상이다. 그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몇 프로 안에 들어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직구는 물론 고우석의 자존심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가서는 이제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자존심 보여주는 것보다 타자와 상대하는 게 첫번째다. 갖고 있는 변화구가 좋으니 그 자체를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역시 일본 요미우리에서 해외 리그를 경험했던 KBO 레전드이자 투수 전문가인 정민태 삼성 투수코치 역시 고우석의 변화구에 주목했다. 시각은 약간 다르다.

정민태 코치는 “고우석의 공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평균 수준이다. 변화구를 더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던지는 커브를 많이 살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도가 상당히 괜찮기 때문에 그 활용이 관건이다. 샌디에이고에서 중간계투로 뛰게 되고 그 정도만 활약해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멘털이 관건···“마무리로 출발 안 하는 게 오히려 도움될 듯”


구위와 함께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멘털’이다. 새 리그에 진출해 처음 적응하는 단계에서는 더욱 중요한 성공 요건이 된다. KBO리그에서 세이브왕까지 오르며 마무리로서 성공해 어느 정도 입증된 고우석의 ‘멘털’이 미국에서도 강하게 버틸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보직’이 주목받는다 샌디에이고는 현재 마무리 자리가 비어 있다. 고우석이 계약하자 현지 언론에서는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 로베르토 수아레스와 마무리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쓰이는 최근 5년 2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고우석보다 많은 기회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고우석의 구위 자체를 높이 평가하는 서재응은 “보직이 중요한 것 같다. 마무리를 오래 했던 투수이기 때문에 중간에 들어가면 거기서 오는 차이에 루틴 등 적응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걸릴텐데, 미국은 타이트 한 경기를 정말 많이 하기 때문에 압박감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멘털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재응은 “한 번 시련이 올텐데 그 시기가 빨리 와서 한 번에 털고 가느냐, 천천히 오면서 길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은 처음에는 부정적인 얘기는 해주지 않는다. 잘 한다고, 긍정적인 반응만 주는데 그러다 처음 얻어맞았을 때 주변과 언론의 반응, 거기서 바로 일어설 수 있느냐 차이가 성패를 결정한다. 그래서 멘털이 중요한데 내가 본 고우석의 멘탈은 절대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직 문제에 있어서는 오승환의 시각이 약간 다르다.

오승환은 “아마도 일본 투수(마쓰이)가 상대적으로 좋은 계약을 했으니 분명히 우석이보다 기회는 더 받을 거다. 그런데 그건 우석이가 3개월만 보여줘도 뒤집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진짜 그런 곳인데 구위로 봤을 때는 압도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돈을 많이 받고 처음부터 마무리로 뛰다 몇 경기 블론세이브 하면 자신감 잃을 수 있다. 처음에 마무리로 뛰지 않게 될 거다. 중간에 나가면 더 편하게 던질 수 있고 그게 오히려 마무리로 가는 단계에서 여유있게 적응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의 경험이기도 하다. 오승환은 2016년 특급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이 있는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해 중간계투로 시작, 시즌 중간에 마무리로 승격돼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 1.92로 시즌을 마친 바 있다.

오승환은 무엇보다 고우석이 가족과 함께 미국 생활을 시작한다는 데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오승환은 “환경 자체가 너무 좋다. (이)정후가 얼마나 잘 도와주겠나. 그 부분은 정말 큰 것 같다. 행복한 진출이라고 생각한다”며 “초반을 잘 보여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불펜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샌디에이고가 승자라는 생각도 든다”고 기대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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