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과 혜어질 결심”···게임업계 새 수익모델 찾기 도전

김은성 기자 2024. 1. 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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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지난달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신작 ‘쓰론 앤 리버티’를 출시했다. 엔씨소프트 제공.

정부가 오는 3월부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를 의무화하면서 게임사들도 새 수익모델(BM)을 찾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 진척도에 따라 보상하는 ‘배틀 패스’와 ‘월정액’ 등을 도입하며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게임의 본질적 재미에 더 집중해 게임산업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시도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에서 우연적 확률에 따라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이다. 이용자들은 좋은 아이템을 뽑기 위해 돈을 내고 참여하는데, 극악의 확률로 최상위 아이템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돼 게임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고 사행성이 높다는 비판이 많다. 그런데도 게임사들은 아이템의 확률 등을 공개하지 않아 과도한 결제를 유도해 수익을 올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게이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앞서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장비 옵션을 업그레이드하는 아이템 ‘큐브’ 확률을 소비자 몰래 내린 넥슨코리아에게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116억원)을 부과했다. 확률을 떨어뜨려 놓고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변동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정부가 게임업계 불공정 거래 관행에 칼을 빼든 만큼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우선 지난달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는 확률형 아이템을 없앴다.

TL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BM)은 게임 레벨업에 따라 추가 보상을 주는 ‘프리미엄 성장일지’, 게임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유용한 아이템을 주는 ‘배틀 패스’ 2종이다. 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주요 BM이었던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찾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정액 시스템을 도입한 곳도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9월 선보인 모바일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 키우기’에 광고를 제거하는 월정액제(9900원)를 도입했다.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광고 시청을 통해 다양한 재화와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저사양’, ‘저용량’, ‘쉬운 게임성’ 을 내건 접근성으로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아예 콘솔 위주의 패키지 게임에 도전하는 곳도 있다. 이들 게임은 패키지 구매시 최초로 결제하는 BM으로 운영된다. 콘솔 게임은 전용 게임기를 TV나 디스플레이 기기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게임이다. 시장 규모가 70조원에 달하는 콘솔게임은 구매력이 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PC·모바일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한국에서는 ‘불모지’로 불렸다.

국내에서는 네오위즈의 PC·콘솔 게임 ‘P의 거짓’은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10월 100만장 판매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지난 10월 선보인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도 국내 최초로 싱글 패키지 누적 판매 300만장을 넘어서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논의와 무관하게, 업계가 목표로 하고 있는 북미·유럽 시장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이 더 높고 국내 게이머들도 게임성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세대교체가 되고 있어 변화가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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