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 피의자는 `확신범`?...`삼국지` 읽고 반성문 아닌 `변명문`

이재명 대표 습격 치밀하게 준비
카메라 정면 응시는 증오범죄 행태
"자기 행위 잘못됐다는 인식 없는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씨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부산=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에 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김모(67)씨가 경찰 수사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의 과정에서 일반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여 주목된다.

유치장에선 '삼국지'를 골라 읽는가 하면, 영장실질심사에선 경찰에 '반성문'이 아닌 '변명문'을 제출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않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행동에 대해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자신을 '확신범' 또는 '사상범'으로 여길 때 나오는 행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피의자 김모씨는 4일 부산지검으로 압송되면서 이 대표를 공격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해주시면 된다"고 언급했다.

'변명문'의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성문이 아닌 '변명문'으로 지칭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는 범행 후 유치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별다른 동요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을 읽고 싶다"는 김씨의 요구에 경찰이 책 대여목록을 제공하자 '삼국지'를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유치장에서 이상 행동도 하지 않았고, 제공된 식사도 꼬박꼬박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반적인 피의자들과는 달리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잘 숙이지 않았고, 현장의 취재진 카메라를 이따금 정면으로 응시하기도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행동들은 자신을 '확신범'이나 '사상범'으로 볼 때 나온다"고 짚었다. 공 교수는 "증오범죄는 스릴 추구형, 반영형, '사명형'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대부분 사명형"이라며 "이는 사상범이나 확신범으로 불리는 것처럼 자기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인식 없이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공 교수는 "자신의 어떤 신념에 기초를 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정당한 피해자로 보지 않고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확신범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데, 김씨 역시 그에 해당한다.

김씨는 이번 범행 이전에도 이 대표를 계속 따라다니며 완벽한 범행 타이밍을 노렸던 정황이 있다. 지난달 15일 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민주당 전세 사기 간담회 때 이 대표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범행 전날인 1일 경남 봉하마을에서도 이 대표를 기다린 모습이 드러났다.

김씨가 흉기로 쓰려고 등산용 칼을 개조했다는 점도 계획범죄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김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서 '살인 고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 교수는 '확신범'의 행태와 관련, "유튜브에 집착한다거나 정치 관련 행사를 많이 보면서 스스로 신념을 높여 가고, 피해의식이나 피해망상을 만든다"면서 "치밀하게 세운 계획 아래에서 범행하기 때문에 기회주의적 우발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