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 편집수정·일부 재촬영 … 최동훈표 K어벤저스 부활할까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1. 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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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2부 10일 개봉
난해한 1부 150만 관객 그쳐
2부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고려·2022년 서울 오가며
액션신 유쾌하게 풀어내
과도한 익살 집중 깨기도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외계+인' 2부 장면. 이안(김태리 역)이 신검을 들고 뛰고 있다. CJ ENM

1391년 고려 말, 마침내 외계 죄수들로부터 세상을 구할 신검을 손에 쥔 이안(김태리 역). 2022년 서울에선 '하바'로 불리는 외계 대기가 도시를 뒤덮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계획을 세운 외계 죄수들의 대장인 설계자는 더 많은 하바를 터뜨려 인간을 말살시키려 한다. 설계자를 과거에 가두고 하바 폭발을 막기 위해 미래로 돌아가려는 이안과 그를 쫓는 이들의 추격전에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는 지난해 7월 개봉했던 '외계+인' 1부의 속편이다. 최동훈 감독은 다소 난해하다는 혹평이 많았던 '외계+인' 1부의 흥행 실패를 이겨내고, 2부를 짜임새 있는 액션 드라마로 선보였다. 387일이라는 한국영화 역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을 거쳤다. 1부에서는 공상과학(SF)의 판타지 세계관과 복잡한 인물 구도를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2부에서는 짧은 호흡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화려한 액션신을 유쾌하게 끌어갔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덤이다.

외계인들은 죄수를 멀리 떨어진 지구의 인간들 몸속에 가뒀다. 인간의 몸에서 탈옥해 나오면 지구에선 오래 버틸 수 없고 인간이 죽으면 그와 함께 소멸한다. 하지만 지구가 하바로 완전히 뒤덮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간은 죽고 죄수들은 생존할 수 있다. 탈옥한 설계자가 소환한 외계 비행체의 심장부를 신검으로 찔러야만 하바 폭발을 막을 수 있다. 죄수들을 관리하던 로봇 가드(김우빈 역)는 파괴됐고 썬더는 작동을 멈췄다. 모든 임무는 과거 탈옥 죄수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엄마를 잃고 가드와 썬더의 손에서 자란 이안에게 맡겨진다.

'외계+인' 2부는 이안이 저마다의 무기를 가진 두 시대의 인간들과 힘을 합쳐 하바 폭발을 막고 결국 지구를 지켜내는 액션 히어로물이다. '한국판 어벤저스'를 꾀했다는 최 감독이 그린 핵심적인 사건과 주요 액션은 모두 2부에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벽란정'으로 불리는 객잔(客棧)과 주막, 초가집 안팎에서 쫓고 쫓기는 액션신은 이안의 시선을 따라 숨죽이게 했고,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벌인 자동차 추격전이나 철로를 달리는 화물열차에서의 난투극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바 폭발 47분 전, 14분 전, 5분 전…. 숨 가쁜 시간 흐름 속에서 펼쳐진 마지막 액션 신은 무려 34분간 쉼 없이 이어졌다.

두 시대를 넘나드는 액션신에서 선보인 전통 무기와 현대식 무기의 이색 조합도 신선한 요소다. 인물들은 타임머신을 통해 벽란정의 헛간과 2022년 서울 숭례문 앞을 오간다. 고려 말 총을 쏘는 이안은 '천둥 쏘는 계집'으로 불리며 검객과 싸운다. 낫과 곡괭이, 부적을 들고 나타난 삼각산의 두 신선인 흑설(염정아 역)과 청운(조우진 역)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무술로 외계 죄수들의 혼을 빼놓는다. 배우들 간의 섬세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이안이 자신을 쫓아온 검객이 칼을 뽑을 때마다 이를 휘두르지 못하게 다시 칼집에 넣으며 맨손으로 싸운 장면,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 역)가 상대가 쏜 활을 그대로 잡아 다시 던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1부에선 시간 이동을 자주 하면서 흐름이 끊긴 반면 2부에선 전반부는 고려 말을, 후반부는 2022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밀도 있게 전개했다. 앞서 장황하게 늘어놨던 복선들도 하나씩 명쾌하게 풀어나갔다. 달라진 점은 또 있다. 풍부한 재치와 유머,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감정선이다. 흑설과 청운의 티키타카는 시종일관 이어졌고 중간중간 관객에게 폭소를 자아냈다. 다만 익살스러운 장면과 대사가 불필요하게 너무 자주 등장해 집중을 깨뜨린 것은 물론 액션 드라마를 유치한 B급 감성으로 몰고 갔다.

앞서 '외계+인' 1부는 쟁쟁한 배우들과 최 감독의 야심작으로 지난해 7월 개봉했지만, 기대와 달리 150만 관객들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최 감독은 그 영향으로 2부는 30번이 넘게 편집을 수정하고 일부는 재촬영까지 거쳤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지난 3일 서울 CGV 용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1부 끝나고 많이 힘들었다. 주변에 많이 물어봤고 여러 디테일들을 바꾸려 노력했다"며 "시나리오를 아예 다시 쓰진 않았지만 후반 작업을 하면서 일부 대사를 다시 녹음했고, 이하늬 씨 첫 등장 장면은 신을 새로 써서 재촬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1부와 2부를 통합한 감독판 개봉 계획을 묻는 질문엔 "1부와 2부를 재편집해서 다시 만들어보고 싶긴 하다. 사실 꿈에서도 아른거렸다"며 "이 작품이 끝나면 새로운 자극이 들어올 테고, 어떤 식으로든 재편집한 버전을 새로 만들어보는 것도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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