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한 달 미만' 직원이 가스충전…평창 가스폭발, 인재 정황
(평창=연합뉴스) 이재현 박영서 강태현 기자 = 5명의 중경상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낸 평창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한 경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내 저장 탱크에서 벌크로리 차량으로 LP 가스를 충전할 당시 안전관리자도 없이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직원이 홀로 작업 중이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업체 측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관리자 없이 이뤄진 LP 가스 충전…누출 사달로 이어져
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폭발이 일어난 것은 지난 1일 오후 9시 3분이다.
사건의 시발점인 LP 가스 충전(이입)이 시작된 시각은 이보다 40여분 이른 오후 8시 20분이다.
당시 충전에 나선 건 벌크로리 운전자로, 그는 지난달 13일부터 출근해 불과 2주 동안 교육받은 신입이었다.
관련 매뉴얼을 보면 벌크로리 충전작업은 충전소의 안전관리자 책임하에 실시하도록 규정돼있으나 안전관리자는 6시께 퇴근해 근처 숙소에 있었다.
평소 같으면 6시에 직원 모두가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지만, 그보다 2시간이 더 지난 8시 20분께 충전이 이뤄진 건 겨울철 특성상 가스 수요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때 충전소에는 벌크로리 운전자 1명, 자동차 LP 가스 충전을 담당하는 연로한 직원 1명이 있었다. 충전소 소장은 8시 20분까지 충전소에 있다가 귀가했다.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0분가량. 펌프가 중지되면, 즉 입력한 가스양만큼 충전이 완료되면 펌프는 중지되고 충전라인 밸브가 차단된다.
문제는 '충전이 끝나고 결속장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탱크와 벌크로리의 연결 부위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이동하면서 가스 누출로 이어졌다.
누출 시각은 업체 측이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시각과 주민들이 증언하는 시각 간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8시 38분∼40분께로 추정된다.
기체 상태로 변한 LP 가스는 불과 10초 만에 충전소 밖으로 흘러 나와 도로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8시 41분께 주민 김택철씨는 119에 "LPG 충전소에 가스가 많이 새고 있다"고 최초로 신고했고, "가스가 바닥에 깔려 마을로 퍼지고 있다"는 유사 신고가 잇따랐다.
밸브 잠갔지만 도로 잠식한 LP 가스…최초 신고 후 22분 만에 '쾅'
조용했던 산골 마을은 최초 신고가 이뤄진 8시 41분부터 폭발이 일어난 9시 3분까지 22분간 혼비백산이 됐다.
신고자 김씨는 이웃에게 전화를 걸어 가스 누출 사실을 알리면서 본격적인 주민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김씨는 119와 이웃 주민뿐 아니라 충전소를 운영하는 가스업체에도 밸브 차단을 요청하기 위해 8시 42분부터 1분 간격으로 총 4차례 전화를 했으나 당시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슷한 시각 충전소에서는 당황한 탱크로리 운전자가 숙소에 있는 안전관리자에게 황급히 연락했다.
안전관리자가 충전소로 달려와 차량에 달린 밸브를 잠갔지만, LP 가스는 바람을 타고 반경 300m 구간의 마을 도로를 잠식하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도 정신없긴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신고를 접수한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현장과 가장 가까운 용평119지역대 소속 대원 3명을 출동시켰고, 8시 47분과 48분께 각각 평창군청과 한국가스안전공사에 가스 누출 사실을 전파했다.
그리고 8시 49분께 현장에 도착한 용평119지역대원들로부터 "다량의 가스가 누출되고 있다"는 상황을 전해 듣고는 9시 51분께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당시 출동했던 119대원들이 충전소에서 만난 '충전소 관계자'라고 밝힌 인물로부터 "차량에서 가스가 누출 중이다", "밸브를 차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 조치에 나서는 사이 결국 폭발이 일어났다.
업체 측 관계자는 지난 3일 용평면 어울림 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사실상 과실을 시인하며 "잘못한 부분은 처벌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강원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평창경찰서 형사들로 '평창 가스폭발 사고 수사전담팀'을 꾸려 충전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가스 주입 과정과 누출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충전소 주변 CCTV 등을 확보해 충전소 직원들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앞서 소방, 한국가스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여 현장에서 밸브와 차량 오발진 방지 장치 등 2개의 증거물을 수집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보냈다.
conany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 연합뉴스
- 공항서 마약탐지 장비 오류로 30대 여성 생리대까지 벗어 몸수색 | 연합뉴스
- 한국-호주전 도중 통로 난입한 도미니카공화국…훈련 방해까지 | 연합뉴스
- 태국 원숭이 200여마리 우리서 탈출…경찰서·민가 습격 | 연합뉴스
- 미국서 '눈동자 색 바꾸는 수술' 인기…"위험" 경고도 | 연합뉴스
- "중국인 모이면 소란 피우는 빌런 발생"…서교공 민원답변 논란 | 연합뉴스
- 혁명군에 담배 대신 꽃한송이…포르투갈 '카네이션 여인' 별세 | 연합뉴스
- 알리 '현금 1억원 뽑기'에 27만명 몰려…탕웨이가 추첨 | 연합뉴스
- 문신토시 끼고 낚시꾼 위장 형사들, 수개월잠복 마약범 일망타진 | 연합뉴스
- "얼마나 힘드셨나" 경찰, 반포대교 난간 20대 설득해 구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