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김건희 특검법’ 정부 이송···윤 대통령, 5일 거부권 행사
민주당, 권한쟁의심판 청구 카드로 지연 전략
국회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4일 정부로 이송했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 국회 통과 직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5일 국무회의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본인과 가족이 연관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김건희 특검 정국’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10분쯤 김건희 특검법 등 소위 쌍특검법을 정부로 이송했다.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김 여사 및 가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의 특혜 매입 관련 의혹 사건이다. 사건 수사 과정에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
50억클럽 특검법은 화천대유 김만배씨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사업의 특혜를 받기 위해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 법조인들에게 한 사람당 50억원씩 주며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야권에선 수사가 확장되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했던 윤 대통령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5일 오전 9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다. 뒤이어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정부 이송 15일 이내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기존 법률안 거부 때와 달리 숙고 기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표결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재의결 지연 전략을 짜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 원내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오후 5시쯤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5일에는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3당과 국회 본청 앞에서 쌍특검법 수용 촉구 대회를 연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여당은 9일 예정돼 있는 본회의에 재의결 처리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저희는 또 다른 판단이 있다”며 바로 재의결하는 대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건희 특검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관련돼 있고 대장동 특검은 대통령 본인과도 관련돼 있다”며 “본인 또는 가족이 관련돼 있는 문제에 거부권 행사하는 게 이해충돌방지법에 부합하느냐, 대통령에게 헌법이 부여한 거부권 행사에 부합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사면권을 예로 들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헌법 문헌상에는 사면권을 제한하는 문구가 들어있지 않다. 그러면 대통령 가족은 무조건 다 사면을 해줘도 되나”라며 “거부권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논리로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주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하고 권한쟁의심판 대상 적격성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지 결정한다.
민주당은 설 연휴 뒤 2월 임시국회를 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법은 2월·3월·4월·5월·6월1일·8월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의 선거제 협상과 선거구획정 처리 시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홍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설 연휴가 끝난 직후에 본회의 개원식을 하고 대정부질문 등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의원님들의 계획된 의정활동을 위해서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통상 2월에 총선 후보자 공천이 진행되니 공천에서 탈락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재보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1월 중에 본회의가 또 잡힐 수도 있어서 2월에 표결해야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법과 국회법은 국회가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받은 후 언제까지 재의결해야 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법안이 폐기되지 않으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8명이고 모두 출석한다면 재의결을 위해서는 최소 199명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4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다 합치면 180석이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최소 19표가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총선용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북 청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하는 헌법 재판이 의미 있는 헌법재판이 있었나”라며 “정쟁을 총선 정국 내로 끌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60~70% 가까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나왔다’는 질문에 “여론조사 결과는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고 이 법이 왜 악법인지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답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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