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훅’ 들어온 강아지 복제…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이홍근 기자 2024. 1. 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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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 갈무리.

한 유튜버가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복제 과정에서 동물을 보호할 방법이 없고,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는 지난 1일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1년 전 사고로 사망한 반려견 티코의 복제견 두 마리를 입양했다고 알렸다. 복제를 한 A사 홈페이지 링크를 게시하고 “감사의 뜻을 전달한다”고 적기도 했다.

영상이 올라오자 댓글에서 논쟁이 이어졌다. “어떤 마음인지는 이해하나 강아지를 복제하는 과정에 또 다른 아이들이 희생된다고 하니 비윤리적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윤리관으로 봤을 때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유튜버는 “티코의 복제 과정에서 사망한 개는 단 한 마리도 없다”면서 “복제 비용은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로 유행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했다.

이 영상을 계기로 반려견 복제에 관심이 쏠리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려견 복제 유행이 동물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동물복제는 동물의 난자를 채취한 뒤 핵을 제거하고, 복제할 동물의 체세포를 넣어 수정한 다음, 대리견을 통해 출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제 과정에서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현행법은 연구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복제를 허용한다.

문제는 사설 업체가 돈을 받고 하는 복제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4일 “연구목적의 실험동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사설 복제업에 딱 맞게 적용할 현행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규제할 법이 없기 때문에 복제를 했다 하더라도 법 위반은 아니지만, 복제 과정에서의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선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A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Q&A. 커뮤니티 갈무리

티코를 복제한 A사는 복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A사는 복제한 강아지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고객의 의사에 따라 회수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회수한 반려견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회수된 반려견이 안락사를 당하는지, 방치돼 사망하는지, 계속 길러지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수면제를 투여하지 않고 안락사 제재만 주사해서 죽이는 방법은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절차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제 사업 자체가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생명을 상품처럼 팔고, AS 또는 리콜하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도덕한 행위”라며 “업체 공지만 보더라도 결국 마음에 안 들면 인형을 반품하듯 회수한 뒤 쓰레기처럼 처분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변호사는 “동물복제업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동물보호법 69조는 동물생산업, 동물수입업, 동물판매업, 동물장묘업 개업 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들 업종처럼 동물복제업도 허가 업종으로 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동물생산업 등 업종들에 대해선 시행규칙으로 업체가 지켜야 할 규칙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면서 “동물복제업에 대해서도 복제 과정에서 이용되는 개들에 어떤 사육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지 등을 규칙으로 정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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