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상’으로 본 방송 3사 기상도, MBC ‘맑음’-SBS ‘구름’-KBS ‘장마’[스경연예연구소]
한 해 한 방송사의 대상은 공교롭게도 당시 방송사의 사정을 알 수 있는 가장 큰 바로미터다. 누구나 풍성한 화제 속에 다양한 후보가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길 기대하지만, 이는 방송사만의 기대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처럼 지상파 방송사의 위력이 예전만 못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대상 후보가 한 명으로 쏠리거나, 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방송사가 고심하는데, 그때 성향이나 취향이 드러나는 때가 많다.
지난해 ‘연예대상’을 시상한 지상파 3사도 그러했다. 전반적인 방송 경기의 침체 속에 지난해 방송가 예능은 새로운 시도도, 새로운 얼굴도 기근한 ‘가뭄’과도 같았다. 그 안에서 이러한 상황을 대처하는 각 방송사의 모습은 달랐다.
그나마 셋 중 MBC는 그나마 풍성했다. 대상이 기안84로 거의 정해져 있는 분위기였지만 다른 부문에서도 새 얼굴이 나타났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팜유즈’의 활약으로 배우 이장우의 예능인으로서 가능성이 부각됐으며, 거기서 소개된 김대호 아나운서는 ‘구해줘! 홈즈’와 MBC에브리원 ‘위대한 가이드’ 등에서 활약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덱스와 빠니보틀, ‘전지적 참견 시점’의 풍자, 곽튜브도 비슷했다. 대상 후보도 기안84와 역시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세치혀’ 등의 전현무,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등 균형이 있었다.
SBS는 그나마 화제의 인물 탁재훈이 대상을 수상하며 체면치레는 했지만, 전반적인 세대교체의 부진 속에서 새 얼굴과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대상 후보 역시 7인 중 신동엽, 김종국, 서장훈, 이상민, 탁재훈 등 무려 5명이 ‘미운 우리 새끼’였다.
지난해 ‘미운 우리 새끼’는 스핀오프격인 ‘신발 벗고 돌싱포맨’까지 론칭하면서 특정 출연자에 쏠리는 경향을 짙게 했다. SBS 예능국이 ‘미운 우리 새끼’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나마 10%가 넘게 안정적으로 시청률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탁재훈은 여기에 유튜브 콘텐츠 ‘노빠꾸 탁재훈’을 통해 젊은 층의 호감을 산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KBS는 기상도로 따지면 ‘장마전선’이 드리웠다. ‘맑음’으로 볼 수 있는 MBC, 구름이 잔뜩 낀 SBS와도 또 달랐다. KBS는 처음부터 대상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선정하는 일부터 애를 먹었다.
대상 후보의 위상도 애매했다. 김숙, 류수영, 1박2일, 박진영, 신동엽, 이천수, 전현무가 후보에 올랐는데 전현무는 타사에서의 활약이 더 컸고, 박진영은 ‘골든걸스’의 방송이 연말이라 진가를 보이기는 시기가 짧았다. 게다가 김숙은 시상식을 앞둔 며칠 전 갑자기 출연 중인 ‘옥탑방의 문제아들’과 ‘홍김동전’ 폐지 소식이 들려 입지가 사라졌다.
대상은 결국 8%대의 시청률을 지키고 있는 ‘1박2일’로 돌아갔다. 말이 1박2일이지 지금 방송가 유행의 전면에서 ‘1박2일’의 모습이 사라진 지는 꽤 오래됐다. 그렇다고 특정 멤버의 활약을 높게 칠 수도 없었던 KBS는 프로그램에 대상을 주는 고심을 택했다.
새로운 물결에 해당하는 ‘골든걸스’와 ‘개그콘서트’는 아직 보여준 것이 없었고, 그 자리에는 ‘홍김동전’ 폐지에 말을 잇지 못했던 주우재의 눈물이 채워졌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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