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가치 역전...19년 KIA '원클럽맨'은 70억, 'KIA→롯데→한화' 한살 터울 절친은 128억
[OSEN=조형래 기자] 4년 전의 평가와는 사뭇 달라졌다. 한 선수는 비교적 저평가를 당하면서도 '원클럽맨'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더더욱 낮은 평가로 가슴앓이를 했던 선수는 4년 만에 더 큰 돈을 만진 선수가 됐다.
KIA는 4일, 프랜차이즈 스타 김선빈과 3년 총액 3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6억원, 연봉 18억원, 인센티브 6억원의 조건이다.
2008년 KIA에 입단한 김선빈은 KBO 리그 15시즌 동안 통산 150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리, 1506안타, 564타점, 691득점, 149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0.320의 높은 타율과 134안타, 48타점, 41득점을 기록했고 지난 2년간 팀의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선빈은 “무엇보다 KIA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계속해서 타이거즈 팬들의 응원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 전까지 운동에 전념하며 팀이 꾸준한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비록 주장직은 내려놓았지만 고참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팀이 가을야구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KIA 심재학 단장은 “김선빈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다. 원클럽맨으로 타이거즈에서 꾸준히 활약한 프렌차이즈 선수인 만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김선빈은 두 번의 FA로 70억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19시즌이 끝나고 첫 FA 자격을 얻었고 4년 40억 원에 KIA에 잔류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서 30억 계약을 맺었다. 37세에 19년차 시즌까지 보장을 하면서 '종신 KIA' 원클럽맨으로 거듭났다.
김선빈이 첫 번째 FA 계약을 맺을 당시, 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냉각되어 있었다. 타구단에서 영입을 타진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철수했다. 사실상 김선빈의 선택지는 KIA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KIA는 선택해야 했다. 2017년 우승 키스톤 콤비이자 10년 가까이 KIA의 내야를 책임진 한 살 후배이지만 절친인 안치홍 역시 FA 자격을 얻었다.
KIA는 김선빈을 잔류시키는 대신 2루수 전향을 본격적으로 준비시켰다. 김선빈이 2루에 도달하면 안치홍은 2루수에서 사실상 밀려나는 모양새였다. 결국 김선빈이 KIA의 선택을 받은 대신 안치홍은 시장에 나왔다.
안치홍은 시장에서도 반향을 일으킬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이때 주전 2루수를 마땅히 찾지 못했던 롯데가 안치홍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다시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안치홍은 2+2 형태의 계약도 마다하지 않았다. 2+2년 최대 56억 원까지 규모가 늘어날 수 있었지만 최초 계약은 2년 최대 26억 원(계약금 14억2000만 원, 연봉 총액 5억8000만 원, 인센티브 6억 원)에 불과했다. 2년 뒤에 구단과 선수 간의 상호 계약 연장 조항(뮤추얼 옵션)이 있었고 양 측이 동의해야 2년 최대 31억 원의 계약이 연장되는 구조였다.
안치홍은 부담 속에서 첫 2년 동안 다시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안치홍은 롯데에서 2년 간 성실한 베테랑으로서 자리잡았고 롯데 2루 고민을 해소시켰다. 결국 2년 계약이 채 끝나기도 전인 2021년 시즌 도중, 일찌감치 2년 31억 원의 연장 계약에 동의했다. 어렵지 않게 4년 최대 56억 원 계약이 완성됐다.
롯데에서 4시즌 동안 안치홍은 부활했다. KIA 시절의 폭발력은 떨어졌지만 해결사였고 건실한 생산력을 보여주며 롯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4시즌 동안 496경기 출장해 타율 2할9푼2리, 511안타 40홈런, 257타점, 27도루, 187볼넷, 210삼진, OPS .791의 성적을 남겼다. 2루수는 물론 1루수 자리에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고 계약 마지막 시즌에는 주장까지 역임하면서 조용한 리더의 표본을 보여줬다.
결국 안치홍은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뒤 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샐러리캡 상한 부담을 느낀 롯데는 몸값이 오른 안치홍을 잡을 수 없었다. 안치홍은 롯데를 떠나서 4+2년 총액 72억 원 계약을 맺었다. 첫 4년 간 총액 55억 원(보장 47억 원, 인센티브 8억 원)의 계약을 이행하고 뮤추얼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뮤추얼 옵션이 실행되면 2년 총액 17억 원(보장 13억 원, 인센티브 4억 원)의 계약이 추가된다. 결국 안치홍은 두 번의 이적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계약을 맺었다.
김선빈 역시 첫 FA 기간 동안 안치홍 못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2020년부터 4년동안 첫 FA기간 중 474경기 1975타석 타율 3할8리 9홈런 213타점 189득점 17도루, OPS .757를 기록했다. 연평균 120경기, 494타석을 소화했다. 오랜 시간 진통을 겪었지만 지난해 말 KIA가 김선빈 측에 최종 제안을 건넸고 김선빈이 응답하면서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4년의 시간이 김선빈은 사실상 잔류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런데 안치홍은 원하는 곳이 있었고 첫 FA에서 시장의 홀대를 받았던 상황을 역전시켜서 가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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